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정상들은 15일 싱가포르 대통령궁에서 정상회의를 마친 뒤 '연결된 21세기 아ㆍ태지역을 위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정상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선 환율체계를 둘러싼 미ㆍ중 사이 갈등과 코펜하겐 기후협약 후퇴 등 이견도 많이 노출됐다.
미ㆍ중 이견으로 최종성명 채택 지연
최종 성명에 담을 환율체계와 보호무역주의 관련 문구를 놓고 막판에 미국과 중국이 방향을 틀어 최종 채택이 지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지난 12일 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한 성명 초안에는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경제토대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장지향적 환율체계를 유지한다"고 돼 있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반발로 제외됐다.
"보호무역주의 '적극' 반대"는 미국에 의해, "시장지향적 환율체계 유지"는 위안화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의 반발로 각각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은 17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제2라운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5일 "APEC 정상회의는 구체적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볼만한 것은 정상들이 개최국 고유의상을 입고 단체사진을 찍는 장면뿐이다. 회의 때마다 무역장벽 철폐를 다짐하나 합의문 서명 직후부터 실천의지는 퇴색한다"고 보도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 연기
12월 7일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회의를 앞두고 세계 탄소배출 1ㆍ2위국인 미국ㆍ중국을 비롯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마지막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이번 APEC정상회의는 큰 주목을 받았다. 기후변화협약 총회 의장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가 14일 밤 싱가포르로 날아와 15일 아침 19개국이 참석한 정상 조찬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은 "22일 남은 코펜하겐 회의 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을 만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당초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량을 1990년의 절반수준까지 줄인다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코펜하겐에서 높은 수준의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마무리 됐다.
미국 역내 무역협정 참여 적극화 움직임
방일 일정 때문에 싱가포르에 늦게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 없이 진행된 14일 오전 정상회의는 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AF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아ㆍ태자유무역지대(FTAAP)에의 미국 가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국이 APEC역내 무역자유화 협정에 보다 전향적 자세로 전환하려 한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범태평양 동맹국들과 21세기의 표준이 될만한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 비준이 지연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발언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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