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아 국빈 방문 일정을 하루 연기, 13일 오전 출국한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
외교적 관례를 과감히 깬 그의 파격은 그러나 우리에게는 진한 우의(友誼)의 표현이었다. 12일 한ㆍ페루 정상회담, 오찬에 이어 이날 저녁 삼청각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만찬까지 함께 한 가르시아 대통령은 김치와 잡채 등 한식도 잘 먹었다.
그런 진객(珍客)을 12일 오전 서울 남산의 하이야트 호텔에서 만났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한강의 아름다움을 칭찬한 것 이상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찬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책을 통해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접했다. 10년 전 IMF 구제금융에 이어 지난해 촉발된 경제위기를 이겨낸 한국 국민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했다. "SK에너지와 한국석유공사의 페루 진출은 우리에게 행운이다. 두 기업체 모두 페루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고 있고 이 일은 한국과 페루 모두에 큰 이익을 안겨 줄 것이다." 이런 인식 하에 그는 2박3일의 짧은 방한 기간 중 2차례나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며 투자를 요청했다.
페루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페루는 지난해 9.9%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내년에는 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최근 60년 만기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굉장한 도전이었지만 수요가 공급 채권량의 5배에 달했다. 세계 시장이 페루를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고 힘주어 말했다.
그 자부심은 황금과 철, 구리, 석유, 가스 등 페루의 방대한 지하자원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 했다. 그는 "페루는 에너지 강국이다. 지하자원뿐 아니라 안데스 산맥의 강수량을 이용한 수력발전소도 건립, 청정 에너지 분야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재수(再修)' 대통령이다. 24년 전인 1985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돼 '라틴아메리카의 케네디'로 불리며 5년간 국정을 운영한 바 있으나 기록적인 인플레와 사회적 혼란으로 물러나는 아픔도 겪었다. 2006년 재집권한 그는 과거의 경험 때문인지 양적 성장만이 아닌 내실을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페루의 지하자원 수출이 국내 경제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해 빈곤층이 더욱 급증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래서 국민에 실제 도움이 되도록 곳곳에 가스수송관을 설치해 공급해주는 프로젝트를 추진, 48%에 달하던 빈곤층을 36%로 줄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택한 빈곤 해소의 궁극적인 해법은 교육이었다. 그는 50만 명의 교원노조를 설득, 교원재평가와 교육을 받도록 하고 적극적인 재정을 교육에 투입, 15%에 달하던 문맹률을 6%로 줄였다고 한다. 그런 그도 "사회통합은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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