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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트로트의 정치학'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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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초대석-Book cafe] '트로트의 정치학' 손민정

입력
2009.11.1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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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로 '뽕필'이라는, 유치하고 남루하고 왠지 남우세스러운 한국 전통 대중음악의 정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복권하는 책이 나왔다.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주립대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손민정(사진)씨가 쓴 <트로트의 정치학> (음악세계 발행). 손씨는 한국음악, 그리고 한국인만의 틀질을 당당히 '트로트 스타일'이라 규정한다.

"트로트는 한국 서민의 끈질긴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음악의 형식이 변화해도 지켜지는 고집이 있지요. 우리는 '우리다운' 모습을 부각시켜 개발하고 자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본래 서양음악과 작곡 이론을 전공한 손씨는 석사 논문 주제를 스페인 세속가요로 잡으면서부터 세계의 다양한 음악이 지니는 고유한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음악의 정치ㆍ사회학적 요소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음악인류학이라는 낯선 분과에 대해 그는 "다양한 음악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의미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했다.

손씨는 책을 통해 트로트의 음악적 분석과 사회문화적 해석을 함께 시도한다. 트로트는 강한 2박 구조에 근거한 흥겨운 리듬과 간단한 선율구조, 반복적 후렴구 등이 특징인데 이것은 다양한 문화권의 서민 대중가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라는 것이다. "터키의 아라베스크, 미국의 컨트리, 한국의 트로트에는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끈적끈적한 이야기가 묻어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트로트를 즐기는 취향을 스스로 부끄러이 여기는 것을 쓸데없는 자격지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학생들을 4년 동안 가르치면서 실험해본 적이 있어요. 록음악부터 이것저것 한국 음악을 들려줬는데 심드렁하더군요. 그런데 트로트에는 눈과 귀를 집중했습니다. 진실하지 못한 눈치보기는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에요. 오히려 21세기 세계인들은 개성있는 친구를 원합니다."

"애정이 없는 인문학 연구는 불 꺼진 모닥불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손씨는 트로트를 연구해 온 과정이 철들어가는 과정과 같았다고 얘기했다. "트로트를 연구할수록 트로트를 사랑하게 되었고, 트로트를 즐기는 한국인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가식적인 제 자신의 본모습을 깨달으며 그 소중함을 느끼는 과정이었다고 할까요. 끈질긴 생명력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 그것이 트로트의 매력이며 또 한국인의 미덕입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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