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부처의 맏형 격인 기획재정부의 심기가 영 불편하다.
승진 인사에서 계속 '물'을 먹으면서 꽉 막힌 인사 적체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생 뻘인 금융위원회의 잇단 승진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위 직원들은 13일 권혁세 사무처장(1급)의 부위원장(차관급) 임명 소식에 쾌재를 불렀다. 당초 외부 민간 전문가의 영입설이 파다했던 터라 더욱 그랬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임 이창용 부위원장에 이어 이번에도 외부 민간인사가 선임이 된다면 현 정부에서는 관료 승진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한동안 막혀 있던 인사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안도했다.
앞서 김영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증권금융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서 본부 1급이 5명에 불과한 금융위에서 사무처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두 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된 것이다.
당초 김 원장 후임으로 최수현 한나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이, 최 전문위원 후임에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이 연쇄 이동하는 중폭 인사가 예상 됐지만, 이제 두 자리의 공석이 생기면서 인사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어떤 경우든 대규모 후속인사가 예고된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재정부 직원들의 반응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이다. 본부 1급 고위공무원 7명은 벌써 9개월째 단 한 명도 이동이 없는 상황이다.
외부 파견까지 합하면 무려 17명의 1급 고위공무원이 촘촘히 포진하고 있어, 1급 승진을 기다리고 있는 국장들로선 속이 터질 수밖에 없다.
몇 차례 '기회'를 날린 것이 더 쓰라리다. 통상적으로 '재정부 몫'이라고 평가되던 통계청장 자리에 외부 민간인사(이인실 청장)가 임명됐고, 잔뜩 공을 들였던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자리도 금융위(이창용 전 부위원장)에 내줬다.
이수원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이 올해 1월 청와대 비상경제상황실장으로 옮긴 이후에도 10개월 넘게 두 자리를 겸임하고 있는 것도 숨통을 조이는 요인 중 하나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도 모처럼 자리가 난 것이긴 하지만 재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러울 수밖에 없다"며 "원활한 인사가 이뤄져야 조직에 활력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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