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를 복용한 10대 중학생의 아파트 투신 사건(11월 14일자 8면) 당시 보건 당국과 제약사측이 이 같은 사실을 신고 받고도 10여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조사에 나선 보건당국은 "타미플루 부작용일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아 투약과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이모군(14)이 지난달 29일 타미플루 한 알을 먹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후 병원에 후송됐을 당시 병원측은 "타미플루와 환각 증세간 역학관계가 규명된 바 없다"며 보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군의 학교측이 다시 4일 타미플루 제약회사인 로슈사와 지역 보건소에 각각 타미플루 부작용 가능성을 신고했다.
하지만 해당 보건소는 타미플루 처방 병원을 파악한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로슈사도 "환자측이 타미플루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규명하지 않으면 보상하기 어렵다"고만 답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본보가 취재에 들어간 13일 오후까지 이상 증세 신고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로슈사가 오늘 신고해왔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조사에 착수해 하루만인 15일 이군 사례에 대해 "타미플루 투약으로 이상행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과장은 "전문가 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약물 부작용으로 보려면 하루나 이틀 이상 해당 약을 복용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단 한차례 투약으로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환각 증세가 타미플루 때문인지를 밝히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타미플루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명돈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빈도가 극히 드물어 설사 타미플루로 인한 환각 증세라 할지라도 이를 뒷받침할 통계적 의학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며 "예방차원이나 평소 건강한 사람이 혹시나 해서 타미플루를 먹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에서 2005년 이후 아동ㆍ청소년들이 타미플루 복용 후 투신과 정신착란 등 이상행동을 보인 사례가 31건이나 발생하는 등 유사한 이상행동 사례가 적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상 조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환자의 경우 의사 처방에 따라 타미플루를 반드시 복용해야 하지만 부작용 가능성도 고려해 복용 후 환자의 반응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형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타미플루 처방은 어쩔 수 없지만 처방에 대한 기준이 완화돼 오남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분이 붕 뜬다거나 악몽을 꾸는 증상은 있을 수 있어 약을 복용하는 동안 가족들이 환자의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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