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책 발표를 들으며 국민이 스스로 눈과 귀를 의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가 행정구역 자율통합 대상지역을 6곳으로 발표해 놓고 이틀 만에 이 중 2곳을 제외한다고 번복했다. 뒤늦게 절차상의 하자나 계산상의 착오가 드러나서가 아니라, 당연히 고려됐어야 할 선거구 조정문제를 무시했다는 고백이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6곳 중 2곳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나 이미 정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보며, 따라서 나머지 4곳에 대한 통합문제에서도 정부를 믿기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문제가 된 안양ㆍ군포ㆍ의왕, 진주ㆍ산청 지역의 경우 몇 개월 걸렸던 통합논의, 신청서를 접수하고 한 달 가까이 검토했다는 심사, 공정성과 형평성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주민여론조사 등 이 모든 것이 원천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두 지역은 원래부터 국회의원 선거구 변경 문제가 있었기에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과연 장관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발언인지 의심스럽다.
장관의 돌발적인 번복의 이유가 해당 지역구 출신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제동'때문이라니 아예 주민의사나 지역 발전 등을 내건 여권의 명분은 겉치레를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보인다. 사안이 몇 달씩 진행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모를 리 없는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저절로 거부되면 좋고 아니면 스스로 못하겠다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참으로 무책임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자율통합을 신청했다가 배제된 14곳은 물론, 진행이 일단 확정된 4곳에서도 찬반을 둘러싸고 제2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을 추스르면서 자율통합을 이뤄가기 위해선 정부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행정안전부가 대국민 발표를 하고 나서도 여권 의원들의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하고, 당은 당대로 국회통과를 무기로 잇속만 따지고 있으니 주민들의 자율통합은 힘겹게 됐다. 그래도 자율통합을 추진해야겠다면 우선 책임을 규명하여 신뢰부터 회복하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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