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지구온난화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을 선언한 일본 정부가 환경세 도입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휘발유, LPG, 석탄 등 화석연료에 따로 환경세를 부과해 매년 2조엔(25조7,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산업계는 물론이고 경제산업성 등 정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환경세 도입을 주도하는 곳은 환경성이다. 오자와 사키히토(小澤銳仁) 환경성 장관은 최근 제시한 2010년도 세제개정 요망서에 포함된 지구온난화대책세(환경세)의 구체안을 11일 공표했다. 과세 대상은 원유와 석유제품, 천연가스, LPG, 석탄, 휘발유 등 화석연료이다.
휘발유는 유통업자가, 나머지 연료는 수입업자가 과세 대상이다. 세율은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량에 따라 매겨져 원유나 석유제품의 경우 ㎘당 2,780엔, 가스나 석탄은 톤당 각각 2,879엔, 2,740엔으로 제시됐다.
휘발유의 경우 지금까지 자민당 정권에서 도로 신설ㆍ정비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잠정세율을 매겨와 리터당 55.84엔의 세금을 부과해왔다. 민주당 정부는 이를 폐지할 계획이지만 환경성은 여기에 환경세를 매겨 과거보다 조금 줄어든 50.84엔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성의 증세 계획은 2020년까지 온난화가스 25% 감축 계획을 달성하려면 매년 2조~3조엔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지방ㆍ통신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성에서도 지방세로 '환경자동차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성 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자동차중량세(국세)와 자동차세(지방세)를 일원화해 2011년 도입을 목표로 '환경자동차세'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세제는 증세는 아니지만 국세였던 자동자중량세가 지방세로 바뀌는 셈이어서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대책 재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환경세의 경우 업자들이 세금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환경성에 따르면 환경세를 도입할 경우 가구당 연간 1,100엔 이상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가구 등에 감세ㆍ면세 혜택으로 부담 경감 조치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경제산업성 등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강해 조기 도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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