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나란히 G2로 불릴 만큼 중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가 신정승 주중대사 후임으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에 베이징(北京) 교민사회가 술렁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환초우시바오(環球時報)는 14일 류 전 실장의 지명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최고위층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의지를 중국 정부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고 논평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매우 긴박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산적한 외교ㆍ경제 현안
그러나 외교가와 교민사회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엇갈린다. 류 지명자가 이명박 정부 출범의 공신이고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무게감이 있어 대중국 외교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반면 중국에 대한 이해와 인맥, 경륜 등을 놓고 볼 때 중국통(通)도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힘든'?씨(關係)의 중국'에서 과연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할 것인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5월 중국통으로 손 꼽히는 존 헌츠먼 전 유타주 지사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헌츠먼은 2012년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의 대항마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오바마가 잠재적 라이벌을 중국대사로 선택한 것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격된 중국을 그만큼 중요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헌츠만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에 중국태생 딸을 입양해 키울 만큼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중국 외교부는 그가 상원 인준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큰 기대감을 표명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이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헌츠먼은 15일 중국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1980년대에 출생한 중국'빠링허우(八十後)'들과의 대화를 직접 주선하는 남다른 활약을 하고 있다.
류우익 대사에게 당장 헌츠먼 대사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나 그가 대사로서 감당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조만간 재개될 북미 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중국과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과 직접 소통채널을 가동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세계의 시장'으로 우뚝 선 중국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할 일이 많다. 전임자가 그랬듯 중국 전역을 직접 발로 뛰며 저마다 다양한 요구를 지닌 성(省)ㆍ시(市)와 이해를 높이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중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혐한(嫌韓)론과 중국 비하정서를 주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환초우시바오도 "한중 고위층간의 소통에만 그치지 말고 한중 국민간의 갈등과 오해를 푸는 문화 소통을 위한 전도사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열린 자세와 통솔력 필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통 헌츠먼의 주중대사 지명과 동시에 존 루스를 일본대사로 지명했다. 루스는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를 위해 5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변호사 출신으로 '보은인사'논란을 불렀다. 그는 일본정부로부터도 별로 환영 받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류우익 대사가 헌츠먼의 길을 갈지, 루스의 길을 걸을지 지켜 볼 일이다. 무엇보다 겸손하고 열린 자세와 통솔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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