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산1동 자치회관이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방과후 공부방 '방과후애(愛)'는 이 지역 일대에서 '한자박사 양성소'로 통한다.
지난 8월 한자활용능력시험에 공부방 학생 16명이 응시해 15명이 합격한 것. 여기에는 지난 6월부터 이 곳에서 일해온 4명의 희망근로 교사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
마포구 주민들이기도 한 이들 교사는 기계적으로 한자를 외우는 학습방법에서 벗어나 그림을 감상하듯 이해하도록 만든 것이 아이들의 한자공포증에서 벗어나게 했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지역사회가 훈훈해지고 있다. 경제사정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못 받거나 소외된 계층, 배움에 목말라 하는 주민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서 최고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방과후愛에서는 한자 외에도 수학 국어 사회 과학 등 과목별 학습도 이뤄진다. 매달 2만원만 내면 매주 월~금요일 학교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4명의 교사가 상주하며 일대일 지도를 해준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격유형 테스트를 통해 장단점과 습관 등을 파악한 뒤 맞춤 학습법도 상담해준다.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한자 학습지 강사로 일하기도 했던 허영준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공부방에 보내고 있는 이모(44)씨는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수강료도 저렴한데다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맞춤지도도 병행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며 "우리 동네에 이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관악구 청룡동에는 최근 지역의 직능단체, 종교기관, 학교, 금융기관, 주민 등이 참여해 지역 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두레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는 서울대 출신 등 대학생 3명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에게 정기적으로 일대일 교육을 하고 있다.
교재비와 수강료는 전액 무료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지역에서 후원자를 찾아 적립식 펀드도 만들어주고 있다.
이 외에도 저소득 부자(父子) 가족을 위한 밑반찬 봉사, 어르신 생일상 차려주기, 미용협회 봉사자와 연계한 미용봉사 및 혈압체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한우 청룡동장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로 두레프로젝트가 각박한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지역공동체운동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서울대가 개설한 평생학습 강좌도 인기다. 서울대 교수가 직접 강의하는 문화, 예술,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좌가 연중 서울대에서 개최된다. 대부분의 강좌가 인기가 높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기자가 많다.
지금까지 4,000여명의 지역주민이 서울대의 '열린 강좌'를 수료했다. 강사료를 구청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수강료는 1만~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민간의 복지사업 참여를 연계해주는 서울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대학이나 학원 등이 2개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86개로 늘어났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민간의 복지 사업이 주로 금전적 지원에 머물렀지만 최근 지역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제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주민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지역사회의 연대의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