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캄보디아 입국으로 촉발된 태국과 캄보디아의 외교전이 이번에는 간첩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태국은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할 경우 자국민 철수를 시사하는 등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네이션 등 태국언론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지난 13일 탁신 전 총리의 비행스케줄을 프놈펜 주재 태국대사관에 누설한 혐의로 캄보디아 항공교통서비스(CATS) 엔지니어로 일하는 태국 국적의 시와락 초티퐁(31)을 체포했다. 캄보디아는 정보를 건네 받은 태국 대사관의 1등 서기관을 같은 날 추방했으며, 태국도 같은 직급의 방콕주재 캄보디아 외교관에게 동일한 보복조치를 취했다.
또 캄보디아 당국이 탁신 전 총리가 머물던 앙코르와트 지역에서 활동하던 '마니트'라는 이름의 태국군 보안 관계자를 체포했다고 프놈펜의 한 언론이 보도했다. 캄보디아가 탁신 전 총리의 캄보디아 활동에 대한 태국의 간첩행위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탁신 전 총리 전세비행기의 항로는 비행허가를 위해 이미 항공당국에 보고돼 있는 등 비밀이 아니었다"며 간첩행위를 전면 부인하고, 억류 태국인에 대한 태국 정부 관계자 접견 허가를 요구했다. 태국 군당국도 "이런 이름을 가진 군 관계자는 없으며 태국 보안기관의 명예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수텝 타웅수반 태국 부총리는 14일 이와 관련, "억류 태국인의 간첩혐의를 부정할 증거가 있다"며 "양국 갈등이 지금보다 더 악화한다면 캄보디아의 태국인들을 철수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APEC 회의에 참석중인 아파시트 웨차지와 태국 총리도 15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탁신 전 총리를 경제고문으로 임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는 좋았다"며 "캄보디아가 국제관례를 준수할 때 양국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전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한편 지난 10일 캄보디아에 입국했던 탁신 전 총리는 14일 오전 캄보디아를 떠났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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