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가장 까다로운 난제를 안고 중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부터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대등한 맞수로 성장한 슈퍼파워 중국과 미국 관계를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12일 이렇게 보도했다.
미 국내 언론에 비해 유럽 언론들은 더욱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미 유일체제에서 미ㆍ중 양극 체제로 세계 권력지형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중국은 더 큰 성장 기회를 얻은 반면 미국의 지위는 추락했다"며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전세계 주요 이슈를 해결하는 데 있어 1~2년 사이 부쩍 성장한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진 미국의 처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11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방중 때 가장 중요한 의제는 경제회복, 기후변화 협약, 북한 등의 핵확산 방지 등 3가지"라며 "이 모든 의제가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가장 시급한 경제회복에서부터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중국은 미국 달러표시 자산을 8,000억달러 이상 갖고 있고, 미국 국채의 4분의1 이상을 보유한 미국 최대 채권국이다. 중국 외환당국자 한마디에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지경이다. 또 중국이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부은 재정 규모는 미국의 2배로 미국 경제의 숨통을 트는데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 조기에 긴축에 들어가면 겨우 추락을 멈춘 미국경제에 큰 타격이 될게 분명하다. 기후협약도 세계 1ㆍ2위 탄소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 공조하지 않으면 해결 난망이다.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이 미국의 발목을 잡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역학관계 때문에 과거 미 정부가 강조하던 '민주주의 가치 확산'주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라며 오바마가 중국 방문에서 티베트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문제를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은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는 등 중국 인권문제에 철저히 '현실적'이다. 10여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의회에서 "중국 내 민주세력을 키우기 위해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때에 비하면 미중 간 위상 변화는 그야말로 '상전벽해'인 셈이다.
FT는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세계 주도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미국도 이런 대세에 적응하기 시작했음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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