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소중한 자산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장급 간부는 공개 석상에서 "EBS가 '공교육의 메가스터디'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EBS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곽덕훈(60) EBS 신임 사장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10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수요자인 학생들 요구에 맞는 맞춤형 강좌들을 신속하게 서비스 하는 등 사교육업체의 장점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능 및 내신 등 EBS의 입시콘텐츠 강의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그러면서도 "EBS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교육의 중심이 되고, 동시에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국민 대상의 평생교육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을 뛰어넘는 각종 학습 강의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로 대표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향후 EBS 운영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능과 내신 강좌 등 EBS 강의가 재미가 없고 수준 역시 사교육 업체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기본적으로 수요자인 학생들이 선호하는 강의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강의 프로그램을 단순한 프로덕션(제작) 개념으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는 서비스 개념으로 확 바꿀 것이다."
곽 사장은 강의 프로그램 질 향상을 위해 2가지 구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 10여명에 불과한 소위 '스타강사'를 50명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공모를 통해 전국 최고의 현직 교사와 강사들을 영입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는 또 지방의 우수 교사 강의는 현장에서 직접 담아 서비스할 생각이다. 이른바 '현장 강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 강의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지방에도 우수한 교사들이 많지만 이들을 서울 스튜디오로 초빙해 강의를 녹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장거리 이동 문제가 장애가 되고 있고, 현지 학부모들도 수업 누수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실정을 감안해 제작진이 직접 학교 현장을 찾아가 수업 장면을 자연스럽게 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지방 우수교사들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생생하고 수준높은 강의를 전국의 학생들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 본다."
그는 '교사들이 찾는 EBS'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 강의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하는 이유도 EBS 강의에 우수 교사 참여를 독려하고, 궁극적으론 교사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EBS 강의가 지나치게 수능 위주라는 의견도 있다.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수능 강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EBS는 사교육비 경감 역할 못지 않게 공교육 보완 기능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전체 고교 강의의 30% 가량이 내신 관련 강의다. 앞으론 이 비율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관련해 EBS에 쏠리는 관심이 부담스럽진 않나.
"따지고보면 사교육비 문제는 사회복합적인 사안이다. 정부와 관계 기관들이 총체적으로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만큼 대형 과제임에 틀림없다. EBS의 경우 방송과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사교육비 경감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현재 고교생 위주의 TV와 인터넷 강의 실효성을 높이고, 초중학생 및 취학전 아동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콘텐츠와 서비스를 대폭 보강할 방침이다. 초중학교 별도 사이트를 개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대한 기여와 강의 수준 제고 등이 가능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나. 재정이 불안하다는 우려가 많다.
"사실 재원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다. KBS 수신료 수입의 3%로는 강의 개선 등 일련의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교육 경감 대책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수신료의 10% 이상은 지원돼야 EBS가 공교육 보완기제가 될 수있고 수준 높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곽 사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이러닝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그는 방송통신대 교수를 거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을 지냈다.
인터뷰=김진각 교육전문기자 kimjg@hk.co.kr
사진=김주영기자 will@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濚婉?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