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서 북쪽의 도발로 남북한 해군이 교전을 벌인 사태는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점이 공교롭다. 정부는 일단 우발적 충돌로 간주해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과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의 방북 등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도발행위를 저지른 의도를 정확히 가늠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추가 도발에 빈틈없이 대비하면서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이다.
사태를 우발적 충돌로 볼 정황은 있다. 당시 NLL 주변 해역에서 중국과 북한 어선 수십 척이 조업 중이었던 점으로 미뤄 북한 경비정은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위해 내려왔을 수 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도"영해를 침입한 불명(미확인) 목표를 확인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한 해군함들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5차례 경고통신을 무시한 채 NLL 남쪽 2.2km까지 침범했다. 이어 우리 고속정이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하자 대뜸 직접 조준사격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격파사격을 가해 북한 경비정이 반파된 상태로 퇴각하게 했다. 2002년 제2 연평해전 뒤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한 적은 여러 차례 있으나, 북측이 이번처럼 공격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다.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을 의심할 만하다.
북한이 전력 열세를 무릅쓰고 의도적 도발을 꾀했다면,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북미 대화를 앞두고 정전체제의 불안을 부각시킬 속셈으로 볼 수 있다.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게 아니라도 남북간의 긴장을 고조시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운신을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물론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북한의 의도를 도와줄 수 있다. 무작정 강경 대응을 촉구하거나, 반대로 정부의 '대화의지 부족'따위를 되뇌는 것은 모두 옳지 않다. 북한의 움직임을 냉정하게 지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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