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당 안팎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측 간의 갈등이 격한 말을 곁들인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악화하면서 사실상 '자중지란'으로 치닫자 "이래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시가 근본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절충하기가 어려운 문제인데다 양측의 갈등을 완화할만한 완충 세력도 마땅치 않아 갈수록 내홍은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싸움은 10일에도 이어졌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 "친이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세종시 문제의 모든 책임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입장을 밝히라'고 우선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도 "박 전 대표가 약속의 파기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랫사람들을 시켜 어설픈 압박을 가할 일이 아니다"고 여권 핵심부를 겨냥했다.
전날 친이계 정두언 김용태 의원 등이 박 전 대표를 겨냥, "표 때문에 벌어진 잘못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정치적 사익 추구 행태"라는 등으로 비난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치인은 급할 때는 국가대사의 문제라도 국민을 속이는 허위공약을 해도 괜찮으냐"고 반문했고, 한선교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사익 추구라는 말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이계 차명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 "신뢰를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고육지책으로 그렇게 동의해 준 것에 대해 이해하지만 정권을 바꿔 준 국민 뜻에 부응하기 위해 수도 분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이어 "이 문제로 누구든 단기간에 사생결단을 내는 식은 맞지 않다"며 "불필요한 인신공격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이계 강경파측은 이날 갈등을 격화시키는 추가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양측 감정의 골이 한층 깊어지는 형국이 계속되자 친이계 주류 지도부 내에선 갈등 확산 자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지나친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며 "감정적 논쟁은 서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자칫 작금의 논란이 소모적 정쟁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정략적 이해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의 언급은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는 걸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가 쉽게 먹혀들 상황은 아니다. 양 계파의 정치적 계산까지 더해질 경우 세종시 문제는 장기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녹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