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행정구역 자율통합 추진 대상 후보지 6곳을 선정했지만 실제 통합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여론조사 공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다 찬성률이 50%대에 머물거나 오차율 범위에 있는 곳도 있어 반대지역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자 1,000명이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행안부는 응답자가 1,000명이면 사회연구기관에서 충분한 숫자로 규정하는데다 표본수가 크다고 오차범위가 비례해서 감소하는 것은 아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사 시간, 질문 방식, 조사 대상에 따라 철저하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여론조사의 성격에 비춰 결과의 신뢰성을 보증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안부의 입장이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민간 여론조사 업체에 위탁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찬반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난 지역을 통합대상에 넣으면서 시빗거리를 남기게 됐다. 청주•청원의 경우 청주는 찬성(89.7%)과 반대(10.3%)가 월등한 차이가 나지만 청원은 찬성(50.2%), 반대(49.8%)여서 찬성비율이 반대보다 고작 0.4%포인트 높아 거의 차이가 없다. 행안부 기준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라도 찬성을 얻지 못하면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찬반의견이 오차범위 내에서 탈락한 구미•군위의 경우 지방의회가 자발적으로 통합 지지 의결을 할 경우 후속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원칙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다.
또 '모름'이나 '무응답'을 유효투표에서 애초에 배제시킨 원칙이 타당하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남의 경우 찬성이 54.0%였지만 모름과 무응답을 포함하면 49.3%로 과반에 미치지 않는다. 청원(46.9%)도 마찬가지다. 화성(53.1%)은 가까스로 오차범위 내 진입한다.
행안부는 "이번 조사는 정책에 관한 찬반파악이 중요한 목적"이라며 "공직선거에서도 기권하는 유권자가 있지만 실제 당선자는 유효투표수만으로 가린다"고 반박했다. 행안부는 모름•무응답 비율이 대부분 한자리수여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대상인 진주의 경우 14.2%에 달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구상도 표변하고 있다. 행안부는 당초 수도권에 인구 100만명 이상 거대도시의 출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통합대상 6개 지역 중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안양•군포•의왕 등 3곳이 수도권 거대도시에 해당한다.
창원•마산•진해도 부산에 가깝다. 정부는 인구 100만명 이상 통합시에는 행정적으로 인사•조직 자율권을 부여하고 부시장 1인 증원, 일부 실•국장 직급조정 등 대폭적인 행정권한을 이양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향후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친다. 이달 중 지방의회에서 통합을 의결하면 결정되고 지방의회가 반대할 경우 주민투표를 실시, 통합여부를 최종 확정키로 했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지방의회 의결에 대해 "최종적으로 주민투표까지 엄연히 가야 함에도 임기말 공천에 민감한 지방의원들을 미끼로 밀어 붙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방의회 의견청취를 11월말까지 다급하게 끝내겠다는 것도 충분한 지역의견 수렴에 어긋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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