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리코프스키 거리에서 기아차 딜러를 하고 있는 알렉산터 미티코씨는 요즘 연일 콧노래를 부른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아차가 러시아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르며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기아차 딜러를 해온 미티코씨는 "최근 출시된 뉴 세라토(국내명 포르테)와 뉴 소렌토(국내명 쏘렌토R)는 계약자에게 인도일을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러시아인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아틀리치노(훌륭해요), 하라쇼(좋아요)"를 연발했다.
기아차가 33년 만에 꿈에도 그리던 판매 1위를 차지했다. 11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기아차는 3분기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 국내외를 통틀어 1976년 브리사 돌풍 이후 33년만에 정상에 올랐다. 비록 러시아 시장에 국한된 1위지만 만년 2위, 3위에 그치던 기아차에게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발표된 유럽기업협회(AEB) 자료에서 기아차는 3분기 1만7,233대를 판매, 미국 GM 시보레 1만5,892대, 일본 도요타 1만5,622대를 따돌리고 수입차 시장에서 3분기 기준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의 이같은 성적은 경기 침체로 러시아 내수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무려 50% 가까이 감소한 상황에서 거둔 것이어서 더욱 빛난다는 평가다.
러시아 시장에서 기아차가 이처럼 질주하는 비결은 공격 경영이다. 지난해 12월에야 러시아 법인을 세운 기아차는 GM, 도요타 등이 몸을 움츠린 사이 뉴 세라토(국내명 포르테)와 뉴 소렌토(국내명 쏘렌토R)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여기에 현지 전략 차종인 씨드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씨드는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아차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해치백 스타일의 '유럽형'차종이다.
또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5년 15만㎞보증을 실시, 현지인들에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축구 마케팅. 러시아는 유로 2008에서 히딩크의 마법으로 4강에 오를 정도로 축구강국중 하나이다. 현지에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벌써부터 그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기아차로서는 더 없이 좋은 마케팅 기회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유소년부터 동네 클럽 팀이 수백 개씩 활성화해 있는 것을 감안, 각 영업소 별로 클럽팀 후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입소문과 동시에 풀뿌리 축구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현지 교민인 최수만(38)씨는 "올해 들어 모스크바 시내는 물론 시베리아에서도 기아차가 부쩍 늘었다"며 "최근 러시아 현지인들이 기아 유니폼을 입고 축구를 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뜨인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지난 5일에는 정비사 교육을 위한 연수원까지 준공했다. 판매뿐 아니라 서비스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창균 기아차 러시아 법인장은 "정비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33년만의 1등을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편 기아차는 올해 10월까지 내수 32만7,542대(전년대비 24.6% 증가), 해외판매 100만8,836대(전년대비 10.8% 증가)등 창사 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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