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로마교황청이 과학계의 오랜 난제에 뛰어들었다.
10일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 과학아카데미와 바티칸 천문대는 '연구주간'이란 이름의 과학 세미나를 개최, 최근 5일간 '생명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의 존재'여부 등 우주생물학 분야를 탐색했으며 여기에는 천문, 물리, 생물, 지질학 분야 저명한 과학자 30명이 참가했다. AP통신은 "바티칸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교리에 도전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감금한 지 400년 뒤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교회와의 관련성을 연구하기 위해 세계의 과학자들을 소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삼스럽게 왜 바티칸은 우주생물학 분야에 개입하게 된 것일까. 가톨릭 사제로 이 회의를 주관한 호세 푸네스 바티칸 천문대장은 "생명의 기원과 외계생명체의 존재여부는 많은 철학적, 신학적 함의를 갖고 있다"면서 "심각하게 고려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실제 외계의 지적 생명체 존재는 신학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AFP는 전했다. 가톨릭 교리상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뒤 인류가 짊어진 '원죄'가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도 적용되는가 하는 등의 문제다. 이와 관련, 푸네스 신부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면 원죄에 대한 구원이 필요한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바티칸 기관지에 말했다.
이 회의에 참가한 미 애리조나 대학 크리스 임페이 천문학 교수는 "외계 생명체가 생물ㆍ화학적으로 우리와 다른 버전이라면 우리 인간의 형상에 대한 함의는 더 의미심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과학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불과 몇 년 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과학기술의 발달로 태양계 바깥에 생명이 존재할만한 수백여 개 행성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은 1600년 "우리가 사는 세상 바깥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친 성직자이자 과학자인 조르다노 브루노를 이단으로 몰아 화형한지 400년이 지난 뒤 다른 세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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