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1세에 겁 없이 도전한 미국무대. 16년의 세월은 강속구뿐이던 박찬호(36ㆍ전 필라델피아)를 '부자'로 만들었다. '코리안 특급'이란 별명을 얻었고 통산 100승도 돌파했다. 부상과 부진으로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기어이 재기에 성공, 월드시리즈 마운드에도 올랐다.
10일 서울 역삼동 '박찬호 피트니스클럽 Park61'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날 오전 미국에서 돌아온 박찬호는 내년 거취와 관련된 질문에 "새로운 팀을 경험하고픈 욕심이 있다. 이왕이면 뉴욕 양키스,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명문팀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언제까지 현역 생활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명가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마지막 꿈'을 밝힌 셈이다.
박찬호는 LA 다저스-텍사스-샌디에이고-뉴욕 메츠-다저스를 거쳐 올시즌 필라델피아에 둥지를 틀었다. 성적은 3승3패 평균자책점 4.43. 중간계투 성적만 따지면 2승2패 평균자책점 2.52로 수준급이다.
박찬호는 월드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등판, 3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우승반지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찬호는 "너무 아쉬워 잠이 안 왔다"면서 "내년에 양키스 유니폼을 입으면 우승할 수 있겠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 이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일단 필라델피아로부터 재계약 언질을 받은 상황. 박찬호는 "그쪽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서 "되도록 선발로 재기할 수 있는 팀, 가족적인 분위기의 강팀으로 가고 싶다. 필라델피아와의 재계약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올시즌 지역팬들에게 'chopper(초퍼ㆍ실점 위기를 '자른다'는 뜻)'라는 별명도 얻었다는 박찬호는 "팬들과 동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야구하는 데 새삼 자부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추신수와 통화할 때면 어떻게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는 등 시종일관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로 질문에 응한 박찬호는 결혼기념일인 이달 29일 전 LA로 돌아갔다가 다음달 중순 다시 입국할 예정이다. 올해 초 두산 선수단과 일본 미야자키에서 함께 훈련한 박찬호는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도 국내 구단과 합동훈련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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