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생한 3차 서해교전으로 남북관계도 또 다시 기로에 서게 됐다. 8월 이후 해빙기를 맞는 듯 했던 남북관계는 최근 옥수수 1만톤 지원 문제로 삐걱거린 데 이어 이번 무력충돌로 당분간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8월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이후 남북은 대화에 시동을 걸었다. 8월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조문단으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서울을 방문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도 이뤄졌다. 9월26일부터는 현 정부 들어 첫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개최됐고 10월에는 임진강 무단 방류 참사에 대한 북측의 사과 표명까지 있었다. 게다가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물밑 접촉까지 열릴 정도였다.
하지만 화려한 외양과 달리 남북관계는 신뢰라는 기반이 허약했다. 지난달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식량지원 요청이 남측에 전달됐고, 정부는 열흘 뒤 옥수수 1만톤 지원을 제의했다. 하지만 북측은 지원 규모에 실망한 듯 "치사하고 속통 좁은 처사"(10일 우리민족끼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상회담 협의도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이 와중에 이날 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과 북측이 도발을 의도했다는 분석으로 엇갈린다. 북측의 의도를 8월 이후 계속된 자신들의 유화 공세에 남측의 호응이 없었던 데 대한 불만 표출로 본다면 긴장 국면이 길어질 수도 있다. 또 1999년 연평해전에서 북한 해군의 피해가 컸고 그 보복 차원에서 2002년 서해 도발을 꾀했던 기억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피해를 본 북측 군부가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군부가 관할하는 개성공단 통행 재차단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북한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교전 관련 입장은 예상보다 수위가 낮았다. "남측의 사죄와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한다는 문구 외에 격한 표현이 없는 것은 확전을 바라지 않는 북 지도부의 뜻"(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달 말을 전후한 북미 직접대화 등의 이벤트를 앞둔 상황은 북측이 강경 행보만 이어가기 어렵게 만든다.
정부도 추가 상황 악화는 원하지 않는 만큼 북미대화 이후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재개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의도적 도발, 승전 상황만을 부각시킬 경우 북측의 반발이 커지고 대화에 호응하기 어렵게 돼 남북관계 냉각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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