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박근혜계는 요즘 세종시 수정 반대 대오를 만들어 똘똘 뭉쳐 있다. 최고 지휘관은 박근혜 전 대표다. 박 전 대표가 '친박계 대오'를 움직이는 방식은 "말을 아끼면서도 속마음을 담은 간결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측근들은 10일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얼마 전 측근 의원들을 만나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면서 (당내) 수정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요"라는 짧은 말을 던졌다고 한다.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간파, 곧바로 세종시 수정론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일부 의원은 당내 세종시 수정 논의 방식을 비난하며 당직을 사퇴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최근엔 "박 전 대표가 '이번 대정부 질문은 어떤 분들이 하시느냐'고 수 차례 확인했다"는 말이 돌았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5일 세종시 수정론을 조목조목 비판한 친박계 조원진 의원에게 박 전 대표는 "준비를 많이 하셨네요"라는 '덕담'을 건넸다. 상당수 친박계 의원들은 이를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수정론을 세게 비판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연일 맹공을 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계파 내 전략 회의나 행동 지침 전달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한 마디'로 약 60명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도권 재선 의원은 "특히 이번 세종시 국면에선 신뢰와 약속이라는 명분을 쥐고 있는 것이 친박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른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은 측근들을 따뜻하게 챙기거나 반대로 두려움에 떨게 하지도 않는 새로운 스타일이지만 계파 결속력은 절대적"이라며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지지도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가는 사람을 잡지도, 오는 사람을 막지도 않는 박 전 대표의 차가운 스타일이 오히려 의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물론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미래의 권력'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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