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구역 통합에는 '자율'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강제가 아닌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의사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통합건의서를 낸 18개 지역 주민 500~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도권 3곳, 충청권 1곳, 영남권 2곳 등 모두 6개 지역 16개 시ㆍ군에서 50% 이상의 찬성률이 나와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상 지역의 경우, 지방의회가 의결하면 곧바로 통합이 이뤄지고, 지방의회가 찬성하지 않으면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된다. 이에 맞춰 행정안전부도 지방의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 연말까지 대상지역을 최종 확정하고 통합자치단체 설치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예정대로라면 통합자치단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이면 정식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행정구역 통합이 당초 목적대로 지역 발전과 편의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여론조사결과에서 보듯 통합대상 지역에서도 지자체 간의 찬성률 편차가 심한 곳이 많다. 3곳의 무응답자를 유효투표로 계산하면 실제 찬성률이 50%를 넘지 못했다. 그만큼 통합에 따른 갈등과 후유증, 불만이 생길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자칫 통합이 소지역주의나 지역감정만 불러올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고, 통합이 지역 간의 균형발전과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는 형식적인 공청회가 아니라 통합에 따른 득실과 변화, 향후 발전계획 등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고,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가져야 한다.
통합을 지방의회의 의결로만 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린다는 취지에서라도 지방의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주민들의 손(투표)에 맡겨야 한다. 그것이 '자율'통합이라는 이름에도 맞다. 100년이 넘은 현행 행정구역을 시대와 생활변화에 맞게 바꾸는 일이다. 새로운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누구도 섣불리 결정하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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