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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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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

입력
2009.11.1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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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치정을 다룬다. 배우 지망생 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부호 마르텔(호세 루이스 고메즈)의 정부로 살아간다. 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은 레나는 오디션 끝에 주연 배우 자리를 따낸다. 그리고 그가 감독 블랑코(루이스 호마르)와 눈이 맞으면서 세 남녀는 겉잡을 수 없는 사랑과 질투의 회오리에 빠져든다. 레나는 마르텔을 떠나고, 마르텔은 복수를 꿈꾼다. 결국 위태로운 삼각관계는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

뻔하고 뻔한 사랑의 삼각관계가 극적 얼개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그렇고 그런 멜로와는 결이 다르다. 얼핏 싸구려 멜로 같지만 볼수록 매혹적이다. 치정이 있고, 심신에 상처를 입은 자들이 드라마를 전진시키지만 영화는 역설적으로 아름답다. 인간의 욕망과 삶의 부조리를 파고드는 섬세한 연출력 덕이다.

감독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와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귀향' 등을 만든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대가이다.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각본상('그녀에게'), 칸영화제 각본상('귀향') 등을 받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알모도바르는 '브로큰 임브레이스'에서도 알록달록한 색감과 낮은 음조의 음악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선홍빛 토마토 위로 떨어지는 눈물, 푸르른 어둠이 깔리는 초저녁 도로 풍경 등은 한 폭의 회화가 되어 시신경을 자극한다.

크루즈의 천변만화하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귀향')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등으로 인정을 받은 이 배우의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얼굴은, 인간의 표정이 그 어느 스펙터클보다 더 경이로울 수 있음을 웅변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향한 사랑 고백이다. 눈이 먼 블랑코가 마르텔의 음모로 엉망진창이 된 영화를 천신만고 끝에 재편집하면서 남기는 마지막 대사는, 오래도록 감독 지망생들의 마음 속에 메아리칠 듯하다. "(개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완성하는 거야." 절절한 사랑에다 영화에 대한 열정을 포개는 블랑코의 모습이 '영화'에 대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내밀한 고백을 전하는 듯하다.

원제는 'Broken Embraces', '깨어진 포옹들'이란 뜻이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1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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