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힘든 데 한달을 또 기다려야 한다구요?"
쌍용차에 부품을 대던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당초 6일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해외 회생채권자들의 반대로 결정이 한달 뒤로 미뤄지면서 운영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 쌍용차의 채권자이기도 한 이들은 쌍용차 회생에 희망을 걸고 3,568억원의 채권액 중 55%만 변제, 나머지는 출자전환이라는 회생계획안에 동의까지 한 상태다.
경기 평택시에서 10여년 간 쌍용차에 새시모듈을 납품하던 K사도 마찬가지. 5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77일간의 파업사태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한 때 150명이던 직원을 60명 규모로 줄였다.
그동안 유일한 희망이 회생안 통과였지만 결정이 미뤄지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 회사 박모 사장은 "은행으로부터 요주의 회사로 분류돼 추가 대출이 힘든 상황"이라며 "이미 수원의 내 집도 담보로 잡혀있어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모르겠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부 회사는 한 달 뒤에도 회생안이 의결될 지 불투명하다며 추가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형편. 쌍용차에 전장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사장 이모씨는 "나중을 기약하더라도 경영상 지금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인간적으로 지금까지 함께 버텨 준 직원들을 어떻게 자르겠냐"며 난감해 했다.
일부 부품업체들은 회생안에 반대표를 던진 해외 회생채권자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는 해외 채권단이 변제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간끌기에 들어 간 것이 아니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쌍용차에 각종 모터를 공급하고 있는 M사 사장 김모씨는 "회생이 늦어지면 해외 금융기관은 그 기간만큼 이자만 늘겠지만, 부품 협력업체는 직원 월급, 시설 유지비 등이 더해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해외 금융기관들이 회생안을 반대한 것은 우리의 고통을 미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최병훈 부품협력사 사무총장은 "해외 기관을 직접 만나 절박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설득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NA런던브렌치 등 해외채권단은 쌍용차의 전환사채 3,790억원을 갖고 있는데 이는 쌍용차 회생채권(9200여억원) 중 41.1%에 달한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회생채권자의 66.7%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해외 채권단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법원은 회생안을 부결했고, 다음달 11일 4차 관계인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6일 관계인 집회에서 쌍용차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주주인 상하이 차 등은 회생계획안에 찬성 의견을 낸 바 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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