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퀴즈 하듯 물어보니 그러죠"(정운찬 국무총리), "내가 봉숭아 학당 학생인가"(한나라당 한선교 의원).
정운찬 총리가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공세적 답변 태도로 이윤성 국회부의장으로부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그 동안 곤란한 질문에도 "제가 잘 파악하지 못했다"며 수세적 태도를 보이던 정 총리의 발언 톤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날 언쟁의 상대는 여당 소속인 한선교 의원. 한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 성격을 규정해달라"고 정 총리에 요구했다. 친일인명사전을 공개한 민족문제연구소에 세금 8억원이 지원된 것을 따지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 총리는 대뜸 "의원님께서 가르쳐 주시죠"라고 답했다. 미소 띤 얼굴이었지만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였다.
"저보고 답변을 하라니…"라며 어이 없어 하는 한 의원에게 정 총리는 "무슨 장학퀴즈 하시듯 의원님들이 물어서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6일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일제 관동군산하 세균전부대) 731부대를 아느냐"라는 질문에 "항일독립군 아니냐"고 답해 곤욕을 치렀다.
한 의원은 "그럼 여기에 왜 총리가 나와 있나"고 쏘아 붙였지만 정 총리는 "총리한지 한달 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다 알겠나요. 의원님, 그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질문 하듯 말아주십시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 부의장에게 "그런 식으로 질문 말라니 내가 봉숭아 학당 학생인가"라며 경고를 요구했다. 해프닝은 양측이 "언성이 높아 죄송하다. 저나 총리나 스포츠를 좋아한다"(한 의원), "제가 죄송합니다"(정 총리)라고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윤성 부의장은 "총리께서 교수, 총장을 오래하셔서 국회 본회의장이 학생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착각할 때가 있다. 여기 있는 한분 한분이 국민 대표라는 것을 명심하고 답변을 신중하게 하라"고 경고를 줬다. 정 총리는 지난 5일에도 "그럼 국회에서 장관 대신 실무진을 부르시죠"라고 말한 뒤 이 부의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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