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의 '세종시 갈등'이 험악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9일 당내 세종시 여론 수렴 특위 구성과 관련해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 강경한 입장을 거듭 확인했고 두 계파 의원들은 거친 공방을 주고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세종시 특위에 친박계가 참여할지를 묻는 질문에 "제가 이야기할 사항이 아니고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것을 전제로 한 논의엔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정몽준 대표가 전날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세종시 특위 구성에 대해 긍정적 답을 한 것처럼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에 대해 "'그것은 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고 했는데 엉뚱하게 보도됐다. 그래서 이렇게 되면 전화하기도 겁난다고 말씀 드렸다"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답했다고 박 전 대표는 전했다.
그러나 친박계인 이계진 당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박 전 대표가 신뢰를 지키겠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특위 당연직으로서 특위에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이라며 특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친박계에선 "이 의원의 개인적 선택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친박계의 '추가 이탈'이 있을 경우 당내 세종시 논란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이날 사무1부총장에 임명된 친박계 안홍준 의원도 "특위 참여 여부와 관련해 정한 입장은 없으며, 당연직이라면 검토해 보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여지를 남겼다. 정의화 세종시 특위 위원장은 "사무부총장들은 당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협공을 계속했다. 정두언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국가 지도자라면 표 때문에 만든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며 2005년 당 대표로서 세종시 특별법을 통과시킨 박 전 대표를 공격했고,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전 대표의 모습은 정치적 사익 추구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친박계는 세종시 수정론의 전면에 선 정운찬 총리를 집중 공격했다. 한선교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정 총리는 박 전 대표를 원칙론자에서 반대론자로, 신뢰의 정치인에서 표나 생각하는 정치인으로 폄하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따졌다.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를 인신 공격해 조직적 정적 죽이기에 나선 것은 청와대 지침인가 총리가 원하는 바인가"라며 "(박 전 대표는) 정권을 만들기 위해 칼을 맞고 죽을 뻔 했는데 당시 잘 먹고 잘 살던 사람들이 그 따위 말들을 하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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