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금 독서중] 만화가 권가야 '칼에 지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금 독서중] 만화가 권가야 '칼에 지다'

입력
2009.11.08 23:37
0 0

_ 요즘 읽는 책은?

"아사다 지로의 장편소설 <칼에 지다> ."

_ 왜 이 책을?

"무협작가 좌백 형이 읽는 걸 보고 따라 읽게 됐다. 이 양반이 책을 1만권 소장하고 있는 엄청난 독서가인데, 그가 추천하는 책은 믿을 만하다."

_ 이 책의 좋은 점은?

"우선 산뜻하다. 배경이 일본 막부시대 말의 혼란기이고, 의(義)와 생(生) 사이에서 번민하는 사무라이의 삶을 그리는데도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눈물 뒤에 숨은 칼' 같다고 할까. 칼의 시대가 지나가고 농업박사가 된 주인공의 아들이 쌀로써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도 감동을 준다. 최명희의 <혼불> 이 사대부 가문의 몰락을 통해 근대 이행기의 한국을 포착했다면, <칼에 지다> 는 사무라이 혼의 종언을 통해 비슷한 시기 일본을 표현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_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손가락질 받는 무사로 그려진다. 예컨대 이런 부분이다. '생각해 보쇼. 가신은 주군을 위해 죽는 것이다, 병사는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다, 그딴 거 대체 누가 정했소? 윗사람만 좋을 그런 해괴한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사내라는 건 제가 먹여 살려야 하는 자들을 위해 죽는 거요.' 사무라이의 시대가 이미 끝났음을 인식한 주인공은 죽어 명예롭기보다 기꺼이 살아서 더러워지는 것을 택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억눌렀던 본성을 드러낸다."

_ 추천한다면?

"현재의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일본이 근대를 통과하며 겪어야 했던 가치의 전환과 아픔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가부장의 권위는 무너졌지만 가부장의 짐은 남아 있다고 여기는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것이다."

< 칼에 지다 >는 _ <철도원> <러브레터>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가 구상에서 집필까지 20년의 시간을 바친 소설.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영화('바람의 검 신선조')로 제작되기도 했다. 북하우스 발행(2004). 462쪽. 1만2,000원.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