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요즘 읽는 책은?
"아사다 지로의 장편소설 <칼에 지다> ." 칼에>
_ 왜 이 책을?
"무협작가 좌백 형이 읽는 걸 보고 따라 읽게 됐다. 이 양반이 책을 1만권 소장하고 있는 엄청난 독서가인데, 그가 추천하는 책은 믿을 만하다."
_ 이 책의 좋은 점은?
"우선 산뜻하다. 배경이 일본 막부시대 말의 혼란기이고, 의(義)와 생(生) 사이에서 번민하는 사무라이의 삶을 그리는데도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눈물 뒤에 숨은 칼' 같다고 할까. 칼의 시대가 지나가고 농업박사가 된 주인공의 아들이 쌀로써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가는 모습도 감동을 준다. 최명희의 <혼불> 이 사대부 가문의 몰락을 통해 근대 이행기의 한국을 포착했다면, <칼에 지다> 는 사무라이 혼의 종언을 통해 비슷한 시기 일본을 표현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칼에> 혼불>
_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요시무라 칸이치로는 손가락질 받는 무사로 그려진다. 예컨대 이런 부분이다. '생각해 보쇼. 가신은 주군을 위해 죽는 것이다, 병사는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다, 그딴 거 대체 누가 정했소? 윗사람만 좋을 그런 해괴한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사내라는 건 제가 먹여 살려야 하는 자들을 위해 죽는 거요.' 사무라이의 시대가 이미 끝났음을 인식한 주인공은 죽어 명예롭기보다 기꺼이 살아서 더러워지는 것을 택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는 억눌렀던 본성을 드러낸다."
_ 추천한다면?
"현재의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일본이 근대를 통과하며 겪어야 했던 가치의 전환과 아픔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가부장의 권위는 무너졌지만 가부장의 짐은 남아 있다고 여기는 독자들에게도 울림을 줄 것이다."
< 칼에 지다 >는 _ <철도원> <러브레터>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가 구상에서 집필까지 20년의 시간을 바친 소설.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영화('바람의 검 신선조')로 제작되기도 했다. 북하우스 발행(2004). 462쪽. 1만2,000원. 러브레터> 철도원>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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