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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종이 한장 얕보지 마라, 숲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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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종이 한장 얕보지 마라, 숲이 들어 있다

입력
2009.11.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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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하기스 지음ㆍ이경아 옮김/상상의숲 발행ㆍ272쪽ㆍ1만4,000원

화장지, 종이컵, 필터, 전단지, 책, 공책, 엽서, 서류, 스티커, 상표, 가격표, 영수증, 고지서, 신문, 봉지…. 현재 전 세계가 소비하는 종이는 하루 100만톤에 이른다. 40년 전에 비해 4배나 늘었다. 복사지 100만톤에 줄을 그으면 적도를 1,500번 두를 수 있고 같은 양의 두루마리 휴지를 한 줄로 이으면 달까지 200번 오갈 수 있다. 벌목 지역의 면적만 한해 3만㎢(웨일스 지역 면적의 1.5배)에 이른다.

빌 게이츠는 디지털 문명의 발달에 따른 '종이 없는 사무실'의 도래를 점쳤고 실제 그것을표방하는 기업도 늘고 있지만, 종이 소비는 도리어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종이가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종이 소비량에 맞추려면 하루 1,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야 한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는 종이 소비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스코틀랜드에서 환경보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숲 파괴의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류가 펄프를 이용, 종이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것은 불과 150년 전인데 지금 세계의 숲 가운데 온전한 것은 21%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벌목은 원주민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대대로 살아온 숲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빼앗기고 꿀, 연료, 고기, 약초도 얻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제지회사와 원주민이 분쟁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기도 한다.

원시림을 벌목한 곳에는 나무 농장이 조성된다. 하지만 원래 있던 나무가 아니라 아카시나무, 유칼리나무처럼 농장측이 선호하는 수종을 심는다. 이들 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근처에 다른 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며 토양 침식을 초래한다. 비료도 많이 주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주변 수원을 오염시키고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다. 이들 나무의 상당수는 또 유전자조작을 거친 이른바 '프랑켄트리'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현대인이 종이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재활용을 거듭 주장한다.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수도 없이 지적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이를 다섯 번 재활용하면 숲에 미치는 영향을 열다섯 배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종이는 잘만 하면 아홉 번까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

저자는 "종이 절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쉽다"며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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