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춘 서커스 지금 시작합니다. 빨리빨리 들어오세요~"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입구에서는 매일 저녁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다. 작은 스피커를 타고 나온 투박한 음향이 비릿한 생선 냄새를 따라 시장 골목으로 사라지면 공터 한쪽에 자리 잡은 천막 안에서는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진다.
외 발 자전거에 오른 곡예사의 외줄타기가 시작됐다. 낡은 무대만큼 조악한 조명 불빛을 따라 바퀴가 비틀거린다.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서커스단의 미래처럼 숨 죽인 천막 안의 분위기는 어둡고 불안하다. 22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공연이 끝나면 언제 다시 줄을 탈 수 있을지... 드문드문 객석을 메운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 소리마저 어둠 속으로 잦아든다.
"동춘 서커스를 살리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서커스를 계속 이어가고 싶을 뿐입니다"박세환 단장의 말이다. 84년 역사의 우리 서커스는 지금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김주영 기자 wi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