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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1> 외국인 환자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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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로 가는 길] <1> 외국인 환자가 몰려온다

입력
2009.11.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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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후쉬오마뎃. 케일리 맘눈. 보 이츠디 호이토. 딜, 지가르, 메다…(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심장, 간, 위…)."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형래 교류협력본부장과 간호사, 국제진료센터 코디네이터, 행정 직원 등으로 구성된 '중동 스터디 그룹'은 올해 초부터 동서신의학병원 2층 국제진료센터에서 국내에 온 아랍권 환자를 더 친절히 돌보기 위해 아랍어와 아랍 문화를 배우고 있다.

히잡을 쓴 움바로바 루피니소 강사가 테이블에 인체 해부 모형을 놓은 채 장기 이름을 아랍어로 설명해 주고 인사말도 가르쳐 준다.

또 이 병원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회교 환자들을 위해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으로 만든 환자식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타마라 스쿠바씨는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4층에 마련된 평생건강증진센터를 찾았다.

스쿠바씨는 여성 질환을 정밀하게 집중적으로 진단ㆍ관리할 수 있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인 '여성 정밀 패키지'를 이용했다. 스쿠바씨는 "서울성모병원에 내가 원하는 건강검진 패키지가 있어 매우 유용했다"며 "비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고 만족해 했다.

5월 의료법 개정 이후 주요 병원들의 외국인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 이는 '외국인 환자 유치 및 알선 행위 허용'이라는 제도 정비에 힘입은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총력전을 벌여 온 병원들의 공이 컸다.

세브란스병원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2007년부터 국제 콘퍼런스들에 참여해 의료 시장에서 '세브란스'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벌여 왔다.

2007년 터키 키프러스 리마솔에서 열린 세계의료관광총회(WHTC)에서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치료 패키지와 건강검진 등에 대해 외국 바이어들과 상담했다.

또 같은 해 11월 60여 개 기관 바이어들이 참석한 필리핀 컨퍼런스에서 병원을 소개하는 등 콘퍼런스를 10여 회, 팸투어를 20여 회 진행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환자의 국적이 미국 대만 독일 영국 인도 중국 등으로 다양해진 것은 향후 국제 시장 성장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국어로 된 사이트를 열었다. 이 홈페이지의'버추얼 투어(Virtual Tour)'라는 메뉴를 열면 병원에 직접 와 보지 못한 외국인 환자들도 병원의 다양한 시설과 장비를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또 외국인 환자들의 관심이 높은 암 심장병 등 검진이 포함된 건강검진 패키지를 구성하고 전담 코디네이터를 통한 핫라인도 만들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세계 8개 민간 보험사와 지불 보증 계약을 해 외국인 환자들이 진료비 지불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제진료소에 전담의를 두고 재활의학과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내분비대사내과 일반내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 7개 진료과에 대해 외국인 환자 진료를 특화하고 있으며 외국인 전용 병동도 만들었다.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은 "얼마 전 삼성서울병원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시와 '의료 기관 교류 및 환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미국 백악관으로부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공식 후송 병원으로 지정받았다"며 "높은 의료 수준이 외국인 환자 유치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외국인 환자의 건강검진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6월 이후 이 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외국인 환자는 130여명에 이른다.

또 서울성모병원은 우리은행과 함께 16~24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중국 베이징에서 해외 동포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우리은행 한국도심공항여행사와 '글로벌 헬스 케어 시스템'협약을 맺고 해외 VIP 고객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최규용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장은 "서울성모병원의 건강검진 비용은 미국 병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설 장비 의료진 서비스 등에서는 오히려 미국 수준을 능가한다"고 자랑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비만과 관절 질환이 많은 러시아와 중동 지역 환자를 겨냥한 의료 프로그램을 만들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3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방문해 사업설명회를 가졌고 4월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두바이 등을, 6ㆍ9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에서 설명회를 열고 현지 기관과 의료 협약을 맺었다.

이형래 동서신의학병원 교류협력본부장은 "현재 대부분 건강검진 차원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치료 위주로 바꾸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피부과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개원가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가세했다. 디스크 수술로 유명한 우리들병원은 지난 1년 간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몽골 등 56개국에서 모두 1,017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2000년 초부터 해외 학회를 활발히 하면서 명성을 쌓은 덕분이다. 2006년에는 우리들국제환자센터를 설립하고 전담 코디네이터를 육성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 통역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은 "허리 디스크의 치료율은 높고 후유증과 회복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최소침습법이 외국에도 어필해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ㆍ성형외과는 최근 서울시와 함께 일본 도쿄와 나고야 지역에서 의료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했다.

외국인 환자의 80%가 일본인인 이 병원은 이미 일본어를 하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 일본인 환자를 진료 시작에서 끝까지 따라다니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ㆍ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우리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07년 1,000명, 2008년 1,300여명으로 30% 정도 늘었으며, 올해도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 "한국 병원 서비스 좋더라" 입소문이 최고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국내 의료 기관을 방문한 외국인 140명을 조사한 결과,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한국 의료 서비스를 알게 됐다'고 응답한 사람이 39.3%에 달했다.

이는 입 소문의 효과가 '여행사의 안내'(10.7%) '신문 방송 등 매체의 보도와 광고'(7.1%)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한국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5일 A피부과를 찾은 러시아 여성 율리아(51ㆍ가명)씨는 올 초 이 병원에서 받은 피부 관리가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언니(58)와 같이 왔다.

율리아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싱가포르에 많이 갔는데 요즘에는 한국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아무래도 입 소문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변 사람의 소개를 받은 환자들은 병원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친구 소개로 B성형외과를 찾은 리진경(40ㆍ여ㆍ중국 베이징)씨는 당초 쌍꺼풀 수술만 받을 생각으로 한국에 왔지만 상담 후 코와 주름 제거 수술을 추가로 받았다.

병원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상담했고, 평소 불만이 있었던 부분까지 수술하기로 했다는 게 리씨의 설명이다.

쌍꺼풀 수술만 했다면 비용은 200만원이지만 코 성형과 주름 제거 수술까지 더하면 650만원이다. 입 소문 효과로 2배의 추가 수익을 창출한 것이다.

입 소문이 중요한 고객 유인 요인이 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의료 서비스가 입 소문을 통해 외국인 환자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추기에는 미흡한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14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반드시 한국을 다시 찾겠다'는 비율은 2회 이상 경험자가 첫 번째 이용자보다 낮았다.

첫 번째 이용자의 경우 49.2%였지만 2회 이상은 44%였다. 10명 중 1명이 2번 이상 한국을 방문하면서 충성도를 잃은 셈이다.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불친절 등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잠재 고객까지 잃게 된다"며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외국인 환자를 받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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