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공산권의 붕괴는 1980년 폴란드 레닌 조선소에서 시작됐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유약한 정치인이어서 가능했다고 7일 주장했다.
레닌 조선소 자유노조 지도자로서 폴란드 민주화를 이끈 공로로 198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웬사 전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9일)을 맞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인들은 실제 장벽을 무너뜨렸지만 그 시작은 폴란드 조선소"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 안팎에서 민주화를 원하는 민중들이 수백만 명에 달했고 결국 공산주의자들을 약화시켰다"며 "민중들의 염원이 공산주의를 궁극적으로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폴란드 민주주의의 승리는 80년대 후반 동독 국민들에게 탈출의 자극제가 됐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바웬사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동독인들의 탈출을 봉쇄해 우리의 승리를 막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 "매우 위험한 게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고르바초프가 유약한 정치인이어서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며 "소련은 당시 리더십의 변화로 불안정했고 고르바초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은 또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독일 통일의 아버지들'로 거론되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바웬사는 이들을 공산권 붕괴 당시'우연한 위치'에 있어 요행의 결과를 얻은 인물로 평가절하했다. 그는 특히"이 세 명은 냉전이 핵전쟁을 통해서만 해소될 것으로 본 인물들로 어느 누구도 체계적 변화를 믿지 않았다"며 "이들은 대중들에 의해 통일을 강요당한'베를린 장벽 붕괴의 돌발적 아버지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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