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시즌 2승을 일궈낸 '필드 위의 얼짱' 최나연(22ㆍSK텔레콤). 상금랭킹 톱5를 노리는 정상급 골퍼로 성장했지만, 그의 인기는 곱상한 외모에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그를 옆에서 지켜봐 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의 외모보다 더욱 빛나는 최나연의 성격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지난 4일 LPGA 미즈노클래식(6~8일ㆍ일본 미에현) 연습라운드를 마친 최나연과 이메일을 통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도 살가운 말투로 직접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최나연의 답변 하나하나에서 한층 여유로워진 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얼짱 골퍼의 색다른 매력
지난 겨울이었다. 최나연은 소속사 식구들과 연말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술잔이 오가는 자리에 최나연 역시 빠지지 않았다. 폭탄주 몇 잔을 거뜬히 털어 넣은 최나연의 모습에 소속사 식구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최나연은 마이크를 잡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트로트 메들리를 불러댔다.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최프로'의 선물이었다.
최나연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폭탄주를 마시는데 2, 3잔 마시면 피~잉 돌아요. 노래방 가는 것도 좋아해요. 언젠가 '둥지'를 불렀는데 그게 화제가 됐나 봐요. 사실 최신곡들을 더 좋아한답니다"라고 말했다.
의외의 매력을 품고 있는 최나연. 그의 표정은 요즘 더욱 밝아졌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요. 한번 친해지면 친구들이 저에게 말이 너무 많다고 할 정도에요. 요즘에는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나네요"라고 한다.
▲이제 혼자서도 잘해요
지난해 LPGA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최나연은 올해부터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투어 생활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또래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미국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투어 생활 2년 만에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집을 마련했고, 영어도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최나연은 "투어 생활 중간중간에 편히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로 필요할 것 같았어요"라며 뿌듯한 심정을 감추지 않는다. 영어 역시 평소 캐디나 코치와 대화를 하면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대회가 없을 때는 방에 틀어박혀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며 영어공부를 겸하고 있다.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절친'들도 미국생활의 큰 힘이다.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청야니(대만)는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다. 가끔 '삘'이 꽂히면 같이 어울려 삼겹살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이밖에 김송희 신지애 지은희 등 '세리키즈'의 선두주자들이 모두 최나연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내가 남자 같다고?
최나연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스타다. 골프웨어는 물론 평소에 입는 옷들도 다리를 내놓는 치마는 없다. 주위에도 청야니 김송희 지은희나 배구선수 김연경처럼 '선머슴아' 같은 친구들뿐이다.
하지만 이제 만으로 스물 두 살 '꽃띠' 최나연 역시 어쩔 수 없는 여자다. 최근에는 인기스타 다니엘 헤니와 휴대폰 화보촬영을 하느라 가슴이 설레기도 했고, 평소에는 조인성처럼 깔끔한 외모를 가진 남자들에게 눈길이 가기도 한다.
그래도 최나연은 자신이 한국 여자골프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대표선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나연은 말한다. "아직 '성공'이라는 단어는 2년차인 저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에요.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메이저 우승의 기쁨도 맛볼 거구요."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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