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는 월마트나 까르푸와는 다르다. 한국의 홈플러스는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 제2의 엔진이다."
루시 네빌 롤프(사진) 테스코그룹 부회장이 최근 항간에 나돌고 있는 삼성테스코의 분할매각설 및 철수설에 대해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증권가에서 흘러나오는 이승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는 소문"이라고 못박았다.
네빌 롤프 부회장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테스코 점포 '켄싱턴 슈퍼스토어'에서 한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의 홈플러스는 영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라며 "한국에 진출한 이후 6,7조원의 투자를 했고, 앞으로도 투자 규모를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미국의 월마트, 프랑스의 까르푸에 이어 세계 유통업계 3위 그룹으로, 지난 해 전세계적으로 12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1999년 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한 테스코는 지난 해 이랜드그룹으로부터 홈에버를 인수, 이마트에 이어 대형마트 업계 2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가 아닌 차입금의 의한 자금 조달로 인해 홈플러스의 부채가 과도해지자 자금난과 매각설이 나돌았다.
네빌 롤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차입금에 의한 자금 조달은 테스코의 자연스러운 투자방법"이라며 "차입 후에는 이를 초과하는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한국에서 10억파운드(2,000억여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는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를 의미한다"며 "내년에도 25개 점포를 추가 출점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네빌 롤프 부회장은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로 한국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테스코가 해외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원칙은 현지화이며, 그 점에서 볼 때 한국은 가장 성공한 곳"이라며 "현재 영국에는 한국 홈플러스의 운영노하우를 본 딴 테스코 홈플러스라는 매장도 10여 개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복층 포맷이나 정보통신(IT)시스템 등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들을 영국 및 다른 해외사업에 역수출하는데 성공, 10년전만 해도 영국내 3위였던 규모를 단기간에 1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법적 조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풀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형 점포가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사실은 여러 조사를 통해 충분히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네빌 롤프 부회장은 "소형 점포는 지역 주민을 채용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차를 타고 먼 곳에 있는 대형 점포를 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외곽이나 동네에 소형 점포가 문을 열면 주변 상점들이 나쁜 영향을 받기보다는 되려 상권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함께 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빌 롤프 부회장은 한국 유통업체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 소비혁명에 나서 볼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1개를 사면 1개를 더 주는 '1+1' 프로모션은 소비자가 1개만 먼저 가져가고 나중에 1개를 가져가는 시스템으로 바꿔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하면 먹지도 못하고 장바구니에서 곧바로 쓰레기 통으로 향하는 일은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런던=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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