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캄쾀바, 브라이언 밀러 지음ㆍ김흥숙 옮김/서해문집 발행ㆍ312쪽ㆍ9,800원
2001년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국가 말라위. 국민의 2%만이 전기를 사용하는 이 나라에 뜻깊은 전구 하나가 켜졌다. 비록 10와트에 불과했지만 이 전구를 밝힌 것은 열네 살 소년 캄쾀바가 고물을 주워다가 만든 5m짜리 풍차에서 나온 전기였다.
캄쾀바는 수업료 80달러가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마을 도서관에 기증된 책을 읽고 끈질긴 실험을 통해 발전(發電)을 성공시켰다. 동네 사람들로부터 "미살라"(미쳤다)라고 손가락질 받던 그는 일약 스타가 됐고, 그 덕에 남아프리카에 있는 아프리가리더십아카데미(ALA)의 1기 학생이 됐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은 캄쾀바가 전직 AP통신 기자인 브라이언 밀러의 도움을 받아 쓴 에세이다. 책은 미신을 맹신하는 '비과학적'인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이 가졌던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그대로 담고 있다. 캄쾀바는 열 살 때 새를 옥수수로 유인해 잡는 일종의 덫을 만들기도 했고, 열세 살 때는 고장 난 라디오를 분해해서 작동 원리를 깨우쳤다. 이듬해 그는 풍차를 만들었고, 곧이어 사설 라디오 방송국까지 개국했다. 바람을>
책은 이런 캄쾀바의 삶뿐 아니라 말라위의 생활상도 상세히 담고 있다. 아프리카의 고통은 잘 알려져 있다 싶지만, 이 책에서 캄쾀바의 입을 빌어 차분한 어조로 전달되는 정치적 부패와 기아의 실태는 훨씬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옥수수 흉작으로 인한 기근 때문에 먹을 것이 없자 닭 사료로 쓰던 가가(옥수수 알맹이를 싸고 있는 껍질)가 식용으로 쓰이며 10배나 가격이 뛰었는데도 1시간 만에 동이 나 버렸다든지(86쪽), 모든 국민에게 새 신발을 선물하겠다던 대통령 후보자가 당선된 뒤에 "여러분, 내가 어떻게 말라위 국민 모두의 신발 크기를 알 수 있습니까? 난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91쪽)라고 한 부분을 보면, 독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사회적 배경이야말로 캄쾀바로 하여금 "아프리카 전역의 시골 마을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일에 힘을 쏟고 싶다"는 포부를 갖게 했다.
캄쾀바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으로 쓴 글에서 "힘든 상황과 싸우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우리에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하므로 꿈을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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