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무대를 호령했던 '파리아스 매직'이 마침내 아시아를 정복했다.
2005년 포항에 부임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2007년 K리그 우승으로 '파리아스 매직'을 탄생시켰다. 올해 컵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외국인 감독 최초로 국내대회(리그, 컵, FA컵)를 모두 석권한 그는 '아시아정상' 목표만 남겨뒀었다.
포항이 7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노병준과 김형일의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하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97, 1998년 아시아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포항은 11년 만에 아시아무대를 제패했다.
2002년 AFC 챔피언스리그가 출범한 뒤 K리그팀이 정상에 오르기는 2006년 전북 현대에 이어 포항이 두 번째다. 지난 2년 동안 J리그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뺏기며 자존심을 구긴 K리그는 오랜 만에 '아시아호랑이'의 저력을 뽐냈다.
아시아 정상에 등극한 '파리아스 매직'은 더블 스쿼드 구성으로 인한 '로테이션 시스템'과 적재적소에서 위력을 발휘한 '용병술'로 요약할 수 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했던 파리아스 감독은 '분업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는 경기의 비중에 따라 1진과 2진을 나눠 선수단을 운영했다.
이 같은 로테이션 시스템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자극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파리아스 감독은 2군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을 1군으로 곧바로 올리는 등 '유망주'들을 적극 활용했다. 컵대회 득점왕 유창현과 조찬호, 송창호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파리아스 감독의 신임을 받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파리아스 감독은 이번 결승전에도 2군 17명 모두를 원정단에 포함시켜 '우승의 참 맛'을 경험하게 만들며 의욕을 고취시켰다.
지략가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도 중요한 고비 때마다 빛을 발했다. 포항은 매번 세트피스 연습을 30분씩 훈련해왔다. 이로 인해 약속된 플레이인 세트피스는 포항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알 이티하드와 결승전에서 터진 2골 모두 세트피스 플레이에서 나왔다.
세트피스뿐 아니라 분위기와 흐름을 읽고 적재적소에 교체 선수를 투입하는 용병술도 빛났다. 파리아스 감독은 '조커카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변화무쌍한 공격전술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파리아스 감독은 승부가 결정 난 경기에서도 공격본능을 멈추지 않고 교체 선수 투입으로 상대를 주눅들게 만든다.
포항은 우승상금 150만달러와 페어플레이상, 결승전 승리팀 보너스 각 2만달러를 챙겼다. 이로써 포항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총 223만달러를 챙겼고, 12월 클럽 월드컵 최소 6위 확보 상금 100만달러를 더해 '323만달러의 돈방석'에 앉게 됐다. 선제골을 넣은 노병준은 챔피언스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감동을 더했다. 포항은 내달 9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아시아대표로 출전한다.
도쿄=김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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