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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용산참사, 차가운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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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용산참사, 차가운 시선들

입력
2009.11.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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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용산참사 관련 피고인 9명 중 7명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심판은 초겨울 서릿발처럼 차갑다. 사건의 배경과 경위를 살펴보면 정상참작의 여지가 적지 않았음에도 재판부의 결정은 냉정하기만 했다. 판결 직후 바닥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분을 토해내던 유족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 해도, 화재를 일으킨 그 화염병을 누가 던졌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고의로 던졌는지, 실수로 떨어뜨렸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의든 실수든, 정황상 그 행위자는 망루 위층에 있었을 것이고, 현장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법 해석상 피고인들이 그 행위의 공범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그 같은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보면 재판부의 중형 선고는 피고인들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상 밖의 중형에, 변호인단의 거부로 재판이 파행을 겪은 것에 대한 재판부의 감정이 섞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재판부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용산참사 유족들의 절망감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참사 당시의 참담함에 버금가는 무력감과 고립감에 빠져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답답함,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자신들이 기댈 곳은 아무 데도 없다는 낭패감에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용산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는 둘로 갈라져 있다. '법질서'를 강조하며 철거민 농성자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쪽과,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과 재개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주장하는 쪽이 맞서 있다. 둘 사이에 상호이해와 타협의 여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추석 전 갓 취임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만사 제치고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할 때만 해도 유족들은 실낱 같지만 희망을 품었다. 추석에 '슬픈 달'을 가슴에 안아야 하는 유족들을 연민했던 다른 많은 사람들도 정부가 뭔가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 내겠거니 기대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이 더 지나도록 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어디에서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차갑고 성의없는 답변만 들릴 뿐이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작전에 완전한 면죄부를 준 법원 판결은 정부의 이러한 오불관언의 태도를 더욱 강화시켰다.

참사 직후 경쟁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약속했던 정치인들도 지금은 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지난 4월 야3당에 의해 국회에 상정된 용산참사 관련 특별법은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다. 참사의 배경이 된 재개발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본질적인 개선방안은 모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시범 시행하는 '공공관리제도'가 그나마 재개발 과정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개발업자와 지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현행 재개발 제도의 수익배분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불상사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6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를 겪고도 이처럼 무심하고 냉정한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겨울이 닥쳐오기 전에,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인가.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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