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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 작가 인터뷰] <5·끝> 한유주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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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 작가 인터뷰] <5·끝> 한유주 '막'

입력
2009.11.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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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상황에서 이야기의 구축을 근원적으로 문제 삼는 극단의 실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이광호)'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 소설이 서술되고 있다. 정말 잘 모르겠다.'(신수정)

한유주(27)씨의 단편 '막'('문학과 사회' 2009년 봄호)에 대한 예심위원들의 엇갈린 평가다. 한국 소설이 상업적 '이야기'에 굶주려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자의식을 극단으로 밀어 넣으며 '탈이야기성'의 극한을 실험하는 한씨의 도전은 그래서 도발적이고 문제적이다.

소설은 서울발 송정리행 새마을호 열차의 시간과 공간을 묘사하고 있다. 인물도, 배경도, 사건도 소설적 완성도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막'은 근대소설의 장르적 관습들을 배반한다.

"비행기를 타고 광주를 간 적은 있지만, 기차로 가보지는 않았어요. 이 소설은 상상의 산물이지요."

한씨의 고백처럼 작품의 배경인 열차라는 공간은 승용차, 비행기, 혹은 선박으로 환치해도 무방하다. 검표원, 옆 자리에 앉은 여자, 아이를 때리는 아버지, 판매원 등이 등장하지만 실체감이 없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소설의 흐릿한 배경을 이룰 뿐이며 소설을 끌고 가는 것은 오직 작가의 자의식이다.

"모든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떠나야만 한다." "쓰는 자와 읽는 자, 보는 자와 보이는 자는 다시 한 번 혼동된다."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니, 이야기들은 한 몸이 되어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미끄러진다."

이런 진술은 '소설은 이야기다. 인물들은 이야기를 만든다. 그 이야기들은 일관성을 갖는다'와 같은 통념을 무력화한다.

'막'은, 1인칭 화자가 이야기의 근원을 찾아가며 이야기의 존재 의미를 묻는 등단작 '달로'(2003)로부터 이어져온 한유주 소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소설과 이야기의 친연성에 대한 뿌리깊은 고정관념은 그의 소설에 때로"이것이 과연 소설이냐?"라는 물음을 던진다. "제 소설은 '소설에 대한 소설'입니다. 소설을 규정하는 경계를 어떻게 배반할 수 있는가가 관심사이지요. 어떤 분은 '한유주씨가 문단에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신 소설이 문학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돌발적인 삽입구, 뒤섞인 시제, 긍정문과 부정문의 혼재 등 소설에는 의미가 닿지 않는 문장들이 때로 출몰한다. 그는 그래서 의미를 알 수 없고 소통이 어렵다는 비판에도 맞서야 한다. "문장의 의미보다는 효과에 신경을 쓰지요. 문장에 별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독자들이 포기한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요."

한씨는 소설의 의미지향성에 질문을 던진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로 지난해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은 김태용(35)씨와'루' 동인을 하고 있다. 서울예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에서 영미 미학에 관한 석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 약력

▦1982년 서울 출생 ▦홍익대 독문과 졸업,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 수료 ▦2003년 단편'달로'로 제3회'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등단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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