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파를 살해했다고 자백해 구속됐던 60대 남자가 범행 현장에서 수거한 범인 추정 DNA 분석 결과 '불일치' 판정을 받아 석방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지난달 80대 노파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구속한 K(66)씨에 대해 구속을 취소하고 유력한 용의자 B(48)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나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S(88ㆍ여)씨의 살해 용의자로 같은 동네에 사는 K씨를 이튿날 긴급 체포했다. 당시 범행 현장에 떨어져 있던 모자가 K씨 것임을 확인한 것이 결정적 단서였다.
K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힌 뒤 "전날 새벽 4시30분께 S씨 집에 들어가 S씨를 성폭행하려다가 반항하자 수 차례 때려 살해했다"고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K씨는 이튿날 면회 온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빌었고, 지난달 30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도 범행을 인정해 구속됐다.
그러나 구속 사흘 뒤인 이달 2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K씨가 "당시 술에 취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돌연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게다가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담배꽁초 타액의 DNA가 K씨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통보가 왔다. 당황한 경찰은 3일 밤 K씨의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했다.
경찰은 이후 탐문수사를 벌여 5일 같은 동네 주민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B씨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와 같은 담배를 구입한 사실이 있고,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도 B씨의 것과 일치했다. 그러나 B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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