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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화산 연기·용암 들판… 가고시마, 여기 지구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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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화산 연기·용암 들판… 가고시마, 여기 지구 맞아?

입력
2009.11.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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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연기 기둥이었다. 그것이 하늘과 산을 연결하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 용이 산에서 솟구쳐서는 하늘을 뚫고 들어간 모양새였다.

일본 남쪽 규슈의 최남단인 가고시마에는 유명한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있다. 그곳에 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었다.'그냥 연기나 조금 피어 오르겠지'하고 여겼다. 그러나 이 활화산의 모습을 두 눈에 담는 순간 이런 생각은 싹 가셨다.

산을 차로 오르는 도중부터 놀라움은 시작됐다. 온통 산이 뿌연 연기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안개가 끼었네요"라는 우문에 가이드는 "화산재"라고 현답을 했다. 가이드는 "화산 분연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지역 언론에도 매일 주요 뉴스로 나와요"라고 덧붙였다. 일기예보도 날씨와 기온 외에 화산재가 어디로 날아가는지 알 수 있게 풍향을 예보한다고 한다.

차가 드디어 아리무라전망대에 도착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분화구와 제일 가까운 곳이다. 멀리서 보이는 분연은 뿌연 회색이었지만 가까이서 보이는 모습은 시커먼 색에 가까웠다. 그 시커먼 분연이 스멀스멀 솟아올라 내 몸에 감기고 있었다. 매캐한 유황 냄새와 화산재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지만 다시 볼 수 없는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내려 오려고 뒤돌아 서니 주변의 도로나 차량은 모두 잿빛 화산재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지진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스고이(대단하다)."화산을 하도 봐서 웬만해서는 감동을 먹지 않을 것 같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입에서도 연신 감탄사가 터진다. 하지만 옆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 있었다. 물건 파는 동네 주민이었다.

원래 섬이었던 사쿠라지마는 1914년 화산 폭발로 용암이 넘쳐 흘러 인근 오스미반도와 연결됐다. 세계 굴지의 활화산이 맹렬하게 분연을 뿜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분화의 역사를 보여 주는 주변의 용암 들판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마치 화성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 '사쿠라 무'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귤 '사쿠라 귤'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사쿠라지마를 구경한 후 온 몸에 쌓인 화산재는 어떻게 처리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차로 30분 거리의 이부스키에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모래 찜질을 할 수 있는 온천이 있고 1시간 거리엔 기리시마의 계란 썩는 냄새를 풍기는 유황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리시마온천은 일본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숲 속에 자리한 계곡 온천이어서 산림욕과 목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기리시마온천 한쪽에 자리를 잡고 머리까지 물에 담근 채 몸을 풀었다. 나오는 길에 한 가족이 차량을 세워 두고 도로 옆 계곡에 돗자리를 편 채 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문득 한국의 피서객들이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웃음이 묻어났다.

온천 후 나른한 상태에서 마신 가고시마 특산품 쇼츄(소주)는 여행의 피로를 완전히 잊게 해 줬다. 고구마로 만들었는데 독특한 냄새와 달콤한 맛이 정말 황홀했다.

가고시마는 사쿠라지마 말고도 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뛰어난 현대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리시마 아트(Art)의 숲'과 81년 국가의 명승으로 지정된 지란 무사저택, 전통 일본식 정원인 센간엔(이소정원), 네스호의 괴물과 비교되는 2m 크기의 뱀장어가 살고 있는 이케다호 등 손으로 꼽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임진왜란 직후인 1598년 왜군에 끌려가 일본 도업 번영의 초석을 쌓은 사츠마야키의 심수관 도요에서는 역사의 아픔 속에 세계적 장인으로 인정받은 한국 도공의 발자취를 쫓을 수도 있다.

가고시마는 탐나는 먹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태양열과 온난한 바다 바람, 풍부한 쌀 등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낸 후쿠야마지역의 흑초가 웰빙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고시마시 중심가인 텐몬칸에 자리하고 있는 시로쿠마(백곰)빙수도 일본 전역에 알려진 먹거리다. 연유를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만든 시럽으로 부드러운 맛을 내 사람들의 미각을 사로잡는다.

■ 야쿠시마마루호 킹코만 크루즈

배를 타고 멀리 나가 연기를 뿜어대는 사쿠라지마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고시마 돌핀포트에서 출발하는 야쿠시마마루호(4,000톤급)의 킹코만 크루즈를 이용하면 웅대한 사쿠라지마의 위용과 킹코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킹코만의 야경을 배경으로 선상에서 감상하는 화려한 불꽃놀이는 낭만 여행의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상에서는 파티 결혼식 같은 이벤트도 가능하고 배를 전부 빌려 파티를 할 수도 있다. 식사는 도시락 뷔페 등 희망에 따라 준비가 가능하다. 배 안에서는 각종 공연도 개최된다. 이와사키 호텔스 서울사무소 (02)598_2952 하나투어 www.hanatour.com (02)2127_1523

다루미즈에서 가고시마만의 반대편인 가모이케를 오가는 페리를 타도 사쿠라지마를 선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가고시마= 홍인기 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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