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기획사 일을 하다 3년 전 은퇴한 김모(62)씨는 요즘 아침마다 어린이집으로 출근한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유치원생 20여명에게 신문을 통해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신문 기사를 읽어주며 배경을 설명하기도 하고 사진이나 만화, 광고 등을 스케치북에 붙여놓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도 그린다. 신문을 뭉쳐 공을 만들어 놀기도 한다.
김씨가 서울시 '노인 일자리 사업' 가운데 하나인 '시니어 NIE(Newspaper in English•신문활용 교육프로그램) 지도사'로 참여하게 된 건 지난 달. 한달 만에 은퇴 후에 앓아오던 우울증이 싹 가셨다. 김씨는 "아이들과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한달 60만원을 받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일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노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노인 일자리 사업은 총 14개 분야. 사업 초기만 해도 일자리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다문화어린이집 보육교사,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홍보활동을 하는 계도요원, 서울 시내 화장실을 다니며 실태를 조사하는 모니터, 데이케어센터 노인들을 돌보는 돌보미 등 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노인들의 호응이 높아지면서 시는 지난 달부터 영어지도사, NIE지도사, 아동상담, 웰빙지도사 등 보다 전문직인 일자리 9개 분야를 추가했다. 현재 이들 14개 분야에 참여해 일하고 있는 노인들은 1,824명에 달한다.
웰빙지도사는 요양원 등에 파견돼 건강관리프로그램을 맡게 되는 사업으로, 마사지나 수지침 등 건강관리에 전문적인 기술이 있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다. 영어지도사는 영어 교사나 강사 경력이 있는 노인들이 저소득층 자녀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또 '이야기 보따리' 사업 일자리를 신청하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요양원 등을 방문해 동화를 구연하거나 책을 읽어주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상담이나 보육교사, 간호조무사 경력이 있는 노인이라면 '하피하피 이동 상담' 사업에 참여해 경로당 등의 노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노인 문제에 대한 상담을 해줄 수 있고, '아동청소년보호사업'에 참여해 특수학교 아동의 일상생활과 학습을 옆에서 도와줄 수도 있다.
이색사업들도 눈길을 끈다. '은빛 책 배달 사업'은 노인들이 공공도서관의 책을 직접 골라 취약계층에게 배달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또 '은빛돌보미' 사업을 신청하면 매일 어린이집으로 출근해 아이들의 보육을 도와줄 수도 있다.
은빛돌보미로 활동하는 민화자(72•여)씨는 "이웃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보육활동을 도와줄 노인을 구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참여했다"며 "손자 돌본 경험이 있어 망설임 없이 시작했는데 매일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사업은 하루 5~6시간씩 주 4~5일 일하게 되며 월 60만원 정도 받게 된다. 현재 시행중인 일자리는 기한이 올 연말까지로 결원이 생길 경우 참여할 수 있다. 내년 시행분은 내년 초 접수를 받게 된다. 문의는 시 노인복지과(3707-9673~5) 또는 홈페이지(9988.seoul.go.kr)로 하면 된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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