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별세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성지건설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는 두산가(家) 형제들이 1년여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2005년 '형제의 난'으로 가족으로부터 내침을 당했던 고인이지만, 갑작스런 비운의 죽음을 맞고서야 가족들의 오랜 반목을 깨는 '화해'의 장이 마련됐다. 박 전 회장의 빈소는 지난해 9월 어머니인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 부인 명계춘씨가 별세했을 당시 장례를 치른 곳이다.
형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동생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주)두산 회장 등 형제들은 비보를 전해 듣고 오전부터 빈소로 달려왔다. 중국 출장 중이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급거 귀국, 밤 늦게 빈소에 도착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수감 중 부고를 접한 차남 박중원 성지건설 부사장은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오후 4시20분께 도착, 홀로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던 형 박경원 성지건설 부회장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장례는 박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남 경원씨도 큰아버지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간소하게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측도 "엄숙하고 정중하게 장례를 준비하라"는 박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장례를 주관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가족이자 전 그룹 회장으로서 예우를 갖추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비통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빈소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수영 경총 회장,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회장 등 재계, 정계, 스포츠계 인사들이 속속 찾아 애도했다.
박기수 기자
김현우 기자 h09155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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