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가 3일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리스본조약을 비준함에 따라 미국, 중국에 맞서는 강력한 파워를 지닌 '유럽합중국'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1일 발효할 리스본조약에 따라 회원국 모두를 대표하는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 등 집행위원단이 연말까지 정상회의에서 선출되면 바야흐로 2010년 1월엔 정치적으로 '하나'가 된 유럽이 등장하게 된다.
외신들은 2005년 좌초된 EU 헌법안의 '개정'판인 리스본조약의 비준완료에 대해 "8년여 동안 끌어온 유럽 통합의 꿈이 실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 타임스는 4일"유럽의 신 새벽을 열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도 "상임의장이 탄생하면 유럽연합은 국제적으로 이전과 달리 거대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당장 12월 1일 조약발효를 앞두고 현 EU집행위원단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 순회의장국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는 "이른 시일 안에 정상회의를 열어 기구구성을 논의하겠다"고 3일 밝혔다. 내달 10일로 예정됐던 정상회의는 이달 중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총리, 헤르만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 등이 도전하는 정상회의 상임의장 선출은 유럽 정치통합의 최대 이벤트다.
EU 정치통합의 상징인 상임의장은 임기(2년 6개월ㆍ1회 연임) 동안 EU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EU 정상들은 12월 중 인구 수 가중치가 적용된 표결을 통해 상임의장(2010년 1월 임기 시작)을 선출한다.
상임의장과 함께 뽑는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임기 5년)는 외무장관과 비슷한 일을 맡게 된다. 이 자리는 기존 EU의 외교정책 고위대표와 대외담당 집행위원의 직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EU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리스본조약은 2014년부터 정책위원들의 수를 줄이도록 했으며 대신, 유럽의회 의석수는 736석에서 751석으로 늘리게 했다. 각국 의회가 유럽연합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길도 넓어진다.
체코의 '늑장 비준' 원인이 됐던 '기본권조항'은 EU 시민의 권리가 각국 시민의 권리에 앞서도록 했다. 이 조항과 자국 국내법의 충돌을 우려한 체코에 대해선 예외가 인정됐다.
리스본조약이 힘있는 유럽공동체를 가능케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닉 휘트니 연구위원은 2일 독일 공영TV 도이치벨레와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은 하나의 동일한 의견을 만들어내는 데 문제가 있다"며 내부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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