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기를 극도로 꺼리는 귀차니스트들에게 즐겨 하는 운동이 뭐냐고 물으면 우스갯소리로 '숨쉬기 운동'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숨쉬기'가 얼마나 어렵고 효과적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신종 인플루엔자 등에 노출되기 쉽고 조혈계에 장애가 일어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흡은 코에만 맡겨라
호흡은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고 탁해진 공기를 배출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인체는 먹어서 섭취한 영양을 에너지로 바꾼다. 인간은 하루 2만~2만5,000번의 호흡을 평생 쉬지 않고 한다. 이 호흡만 제대로 해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흡법에 특별히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율신경에 의해 저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신경으로 100% 작동하는 다른 내장기관과 달리 호흡은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호흡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코를 통하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은 원래 음식을 씹기 위한 기관으로 코처럼 공기를 정화하거나 가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코로 호흡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세균도 입으로 호흡하면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 김남선 영동한의원 코알레르기클리닉 원장은 "입 호흡을 하면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 천식과 두드러기, 알레르기, 류마티스 관절염 등과 같은 면역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입 호흡을 하면 입 냄새가 심하거나 입이 돌출될 우려가 있다.
평소 식사할 때 소리를 많이 내거나 TV를 시청할 때 입을 벌리고 본다면 입 호흡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입 호흡을 하고 있다면 입을 다물고 코로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고 필요하다면 기구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코 호흡을 위한 보조 기구로 콧구멍을 넓혀 공기가 쉽게 통하도록 하는 노이즈 밴드나 노이즈 리프트, 잠잘 때 입술을 닫아 주는 마우스 테이프 등이 있다. 마우스 테이프 사용 시 코가 막혀 있으면 호흡 곤란이 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코의 호흡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호흡 시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일정한 깊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숨을 들이쉴 때에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하고, 내쉴 때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한다.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의 비율을 1 대 1로 맞추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부분 긴장 상태에 있어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있기 때문에 들숨보다는 날숨을 좀 더 길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코 호흡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 등과 목을 쭉 펴고 턱을 당긴 후 가슴을 편다. 입을 다물고 항문괄약근을 조인 상태에서 천천히 코부터 횡경막을 위로 올려서 숨을 쉬고 다시 천천히 코로 숨을 내쉰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치아는 1㎜ 정도 벌리면 된다.
횡경막호흡이 호흡기에 가장 좋아
입으로 호흡하다 보면 턱이 앞으로 나오고 등이 구부정한 상태에서 흉식호흡을 하게 된다. 흉식호흡은 늑간근(늑골 내외부 근육)으로 폐를 부풀려 공기를 들이마시는 방법으로 폐가 크게 넓어지지 않고 공기를 많이 마실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호흡 횟수가 늘어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복식호흡(단전호흡)이다. 복식호흡이란 숨을 들이마실 때 배를 앞으로 내밀고, 숨을 내쉴 때 자연히 배가 들어가게 하는 호흡법이다.
횡경막(가슴과 배 사이의 돔 형태 근육)호흡도 입 호흡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는 횡경막을 아래위로 움직여 폐를 크게 부풀리는 호흡법인데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을 위로 들어올리고, 숨을 내쉴 때에는 횡경막을 늘리면 된다. 이 호흡을 하면 횡경막과 가슴 근육, 늑골, 쇄골이 모두 호흡해 폐로 들어가는 산소량이 늘어나면서 몸 구석구석까지 필요한 산소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고 체내에서 생기는 독소를 원활히 배출할 수도 있다. 또한 자율신경 중 하나인 부교감신경의 활약을 돕고 장의 분비나 백혈구의 소화 능력을 키워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일부러 짬을 내 복식호흡과 횡경막호흡을 아침저녁으로 매일 두 번 이상 연습해 주면 몸에 좋다.
두통에는 교호호흡, 다이어트에는 풀무호흡
머리가 아플 때에는 교호호흡을 하면 도움이 된다. 교호호흡이란 좌우 콧구멍을 번갈아 막아가며 호흡하는 방법이다. 우선 오른쪽 두째와 셋째 손가락을 양 미간에 대고,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은 뒤 왼쪽 콧구멍을 통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그런 다음 다시 넷째 손가락으로 왼쪽 콧구멍을 막고 1, 2초 간 숨을 멈췄다가 오른쪽 콧구멍을 통해 천천히 숨을 내쉬면 된다. 같은 방법으로 반대쪽 코로 천천히 호흡을 반복한다. 이 호흡법은 신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신경을 진정시켜 집중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신체를 정화시킨다?정화호흡이라고도 한다.
정선용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화병ㆍ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복부비만 해결을 위해 풀무호흡이 좋다"고 말했다. 풀무호흡은 복식호흡의 일종으로 대장간의 풀무가 움직이듯이 배를 리드미컬하고 강렬하게 움직이는 호흡이다. 1초 간 숨을 들이쉬고 1초간 내쉬는 풀무호흡을 반복하면 체내 노폐물을 태워 없앨 수 있다.
단 초보자가 무리하게 시도하면 어지럽고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복식호흡을 충분히 연습해 익숙해진 뒤에 시도해야 한다. 풀무호흡은 어지럽지 않은 정도가 적당하며, 약 1분 간 하고 나서 자연호흡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실시한다. 3번 정도 반복하면 된다.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되면 지식법(止息法)이 효과가 있다. 숨을 들이쉬고 나서 호흡을 멈췄다가 내쉬거나, 숨을 내쉬고 나서 호흡을 멈춘 뒤 다시 들이쉬는 호흡법이다. 내부 장기에 압력을 줘 소화기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지만 초보자가 하기는 힘들므로 복식호흡을 충분히 연습한 뒤 하는 게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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