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방문한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에서 잇달아 현지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전례 없이 자제했다"며 정착촌 문제에 관한 이스라엘 현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고 나섰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클린턴 장관이 지난달 29일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알 카에다를 왜 못 잡느냐'고 힐책해 파키스탄 관리들의 분노를 부른 데 이어, 이번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CSM은 "클린턴 장관이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에서 현지인들의 분노와 좌절에 직면했다"며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가 더 이상 중동평화협상 재개의 선결과제가 아니라고 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지목하며 미국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자, 2일에는 팔레스타인의 정서를 옹호하는 듯 말을 바꿨다. 클린턴 장관은 2일 아랍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방문한 모로코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정착촌 유지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 같은 견해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사실상 30일의 발언을 부인했다. AP통신은 3일 "아랍 국가들의 비난에 부딪힌 클린턴 장관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정책에 대한 칭찬의 수위를 낮췄다"며 클린턴 장관의 입장 변화를 전했다.
한편, AP통신은 클린턴 장관은 당초 중동문제의 복잡함을 의식해 이번 이스라엘 방문을 주저해 왔으나 백악관으로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만나라는 '압력'이 내려와 어쩔 수 없이 방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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