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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두달 만에 10만대 팔린 LG전자 '보더리스 TV'의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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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두달 만에 10만대 팔린 LG전자 '보더리스 TV'의 디자인팀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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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깰 순 없을까?'

2008년 초, LG전자 디자인 경영센터가 모여 있는 서울 역삼동 GS타워의 TV 디자인팀내에선 무언의 공감대가 순간 흘렀다.

"따로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뭐랄까, 그냥 느낌 같은 게 있잖아요. 딱히 꼬집어서 얘기할 순 없었지만, 팀원들 생각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별도 오더를 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오디오와 휴대폰에 이어 TV 디자인팀에서 잔뼈가 굵은 25년차 배테랑 경력의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비즈니스솔루션(HEB) 디자인연구소 김 진(50) 전문위원(상무)의 눈에 비친 당시 팀원들의 모습은 이랬다.

LG전자 TV 디자인팀에게 지난해 초는 특별했다. LG전자의 씽크탱크 역할을 담당할 '서초 R&D 캠퍼스'가 3년 만에 개소(2009년3월ㆍ총 2,600억원 투자)를 앞두고 있었던 터라, 긴장감은 더했다. 이 캠퍼스 오픈을 기념할 만한 야심작을 그려내야 했던 것이다.

"고정관념을 깬 작품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탄식이 나올만한 제품 있잖아요.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간판 모델이어야 했거든요."(HEB 디자인연구소 이정록(30) 주임연구원)

"뭔가 특별해야 했어요. 기존에 출시됐던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작품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HEB 디자인연구소 이건식(42) 책임연구원)

각각의 도화지에 그린 제품 디자인은 달랐지만, 세계 시장에 출시할 글로벌 전략 히트 제품을 꿈꾸는 머리 속 형상은 하나였다.

그래서 이들이 추구한 디자인 컨셉은 기존의 정형화된 제품 틀에서 벗어난 역발상.

"TV를 보면 늘 똑같은 게 있잖아요. 지금까지 나온 제품들은 하나 같이 액자 테두리 같은 것에 메인 화면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거든요. TV에서 화면은 얼굴인데, 사람 얼굴이 틀에 끼워져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답답해 보이잖아요." 이 주임은 지난해 연초부터 TV 화면과 테두리(베젤) 부분의 경계를 없앤 파격적인 디자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대담한 변신은 TV 리모컨에서도 시도됐다. 최첨단 기능 조작을 위해 수 십 개의 버튼으로 복잡하게 이뤄진 리모컨이 한 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던 것.

"언제부터인가, TV를 켜기도 전에 리모컨부터 보면 질리게 되더라고요. 너무 복잡하잖아요.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봐야, 사람들이 어려워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잖아요."이 책임의 캔버스에선 30~40여개의 복잡한 버튼을 탑재한 기존 리모컨이 5개의 버튼만을 포함한 초슬림 리모컨으로 다시 그려졌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고정관념의 껍질을 벗겨낸 세계 최초의 혁신 기술을 내장한 제품이 순탄한 생산 라인에 오르기는 힘겨웠다.

제품 생산 파트에서 빗발친 항의는 불을 보듯 뻔했던 것. LCD 패널 전면과 테두리 부분을 같은 색상의 한 장의 필름으로 덮자는 이 주임의 아이디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진동이 가미된 5개의 버튼으로만 조작할 수 있게 해보자는 이 책임의 디자인은 처음부터 기술적인 한계를 무시한 '그림의 떡'이란 비아냥을 받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1주일에도 3~4일은 제품 생산라인이 있는 경북 구미로 운전대를 돌렸고, 생산 파트 사람들과의 끝없는 밤샘 혈전 토론은 계속됐다.

신제품 생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약 1년 동안 구미 현지에서 그렇게 밀고 당기기를 1년여. 경로는 달랐지만 세계 최고를 지향했던 목표 지향점이 같았던 탓에 접점을 찾아내면서 TV 전면 필름 코팅 기술과 동작인식 방식의 매직 모션 기능을 개발해 리모컨에 내장, 올해 9월 '보더리스 TV'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 제품을 갈망했던 회사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결과는 대박 레이스였다.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10만대가 팔렸다. 같은 크기의 기존 LCD TV에 비해 최소 40% 이상 판매 단가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인기 몰이에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나 LG전자 TV 디자인팀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란다.

"아직 무너뜨릴 (제품) 장벽은 많습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그 날까지, 또 다른 벽을 허물어 나가야죠."LG전자 TV 디자인팀은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총총 걸음으로 연구실로 향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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