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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잃은 돈에 대한 집착이 비합리적 투자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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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투자이야기] 잃은 돈에 대한 집착이 비합리적 투자 부른다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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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비용'과 함께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학 개념으로 '매몰비용(sunk cost)'이란 것이 있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투입돼 되돌리지 못하는 비용을 뜻하는데, 1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는 신약개발 사례를 통해 설명해 보자.

신약 개발의 속성상 가장 먼저 성공해 특허를 딴 한 회사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 그런데 어떤 회사가 80억원이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특허를 등록했다면, 그 회사 경영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나머지 20억원을 들여 개발을 완료할 것인가, 아니면 80억원 손해를 감수하고 중단해야 할까.

여기서 말하는 80억원이 경제학의 매몰비용 개념인데, 합리적 경영자라면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학생 조차도 유사한 질문에 대해 70% 이상이 프로젝트를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현실의 많은 프로젝트가 이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이유는 인간 내면에 숨겨진 '손실 회피(loss aversion)' 심리 때문이다. 심리학자로서 경제학에 큰 영향을 준 카너먼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의 경우 이익에 대한 만족도 증가보다 동일한 크기의 손실에 대한 만족도 감소가 2배 가까이 크다.

이런 현상을 더 쉽게 표현하면 '본전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서 원금 이하로 손실을 보게 되면 본전이 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가격이 내려갈수록 계속 매수해가며 평균 가격을 낮추려는(일명 물타기라고 한다) 경향이 대표 사례다. 실제로 '20% 손실 난 종목'과 '20% 이익이 난 종목' 두 개가 존재할 때, 각 종목의 향후 전망과 관계없이 이익이 난 종목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반면교사가 되어야 하지만, 심리가 개입되는 과거 회상은 오히려 잘못된 평가를 이끌게 한다. 만약 앞의 두 종목을 모두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종목을 매수하겠느냐고 질문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기피할 것이다. 요컨대 본전 생각이 잘못된 투자로 이끌었던 것이다.

투자자는 항상 기존 포지션이 없는 상태에서(이미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라도) 새로운 종목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합리적으로 적정 주가를 추정하여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되는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헤어진 옛 애인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행복한 내일을 위해서는 지금 만나는 애인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과거 수익률에 집착하는 것은 내일의 올바른 투자에 있어 무서운 적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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