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인갤러리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전 청장 사건은 그가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 그림을 주면서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학동마을>
올해 초 전 전 청장의 부인이 이같이 주장해 파문이 일었고 이로 인해 한 전 청장은 사퇴했다. 검찰 등 사정당국이 수사에 머뭇거리는 사이에 한 전 청장이 해외 연수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장기 체류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
검찰이 2일 압수수색을 단행한 가인갤러리는 전 전 청장 부인이 <학동마을> 을 팔아달라고 내놓은 곳이다. 또 이번 수사의 대상인 국세청 간부 안모씨는 이 화랑 대표 홍모씨의 남편이다. 학동마을>
검찰은 안씨가 세무조사를 무기로 기업체들에 미술품 고가 매입 압박을 가했다고 보고 3일 안씨 부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관련 기업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이번 수사가 한 전 청장 사건으로 확대될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수사가 안씨를 겨냥한 '외과수술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씨는 올 초 한 전 청장 사건과 관련해 사퇴 종용을 받았지만 "억울하다"며 이를 거부, 미국국세청 파견을 전제로 대기 발령이 나 있는 상태에 있다. 그는 지난 7월 실제 미국 파견에 필요한 영어 점수까지 획득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2일 압수수색을 당하자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가 주위의 만류로 뜻을 접는 등 국세청을 여러 번 당혹스럽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수사가 검찰과 국세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사안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이 10개월 전의 사안을'뜬금없이' 수사한다는 점도 이번 수사가 안씨에 한정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검찰이 안씨만 처벌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 전 청장 로비 의혹, 가인갤러리를 매개로 한 국세청의 조직적 그림로비 의혹 등 핵심을 비껴간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의 수사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