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가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전염병 재난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Red)'으로 올린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이르면 오늘 중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족돼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부처별 업무를 조정하고 민ㆍ관에 대한 각종 조치를 발동하게 된다. 정부가 그 동안 '경계(Orange)'단계에서도 사실상 '심각'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온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만한 별도의 조치가 취해질 여지는 많지 않다.
중대본이 발족되면 우선 보건복지부 중심의 의약계와 교육과학기술부 중심의 각급 학교 관리가 체계적 협조관계를 이룰 수 있다. 지자체 형편에 따라 좌우되던 병원과 약국들이 일관된 지침을 따를 수 있게 되고, 학교장에게 맡겨져 있던 학생들의 감염ㆍ예방 대책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나아가 '경계'단계에서 사각지대였던 학원가나 대중밀집 지역에 대한 조치도 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국민들의 관심을 면밀히 살펴 세심한 시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지자체와 각급 학교에 대한 지침을 통일키로 하면서, 전국적인 휴교령 등 추가 대책에 신중을 기하는 점은 타당해 보인다. 문을 닫고 격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감염을 막는 데 별다른 효과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그 동안의 예방체계를 점검해 감염을 최소화하고, 환자를 조기에 확인 치료하는 조직을 활성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심각'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야 하며, 중대본의 관심도 이에 대한 관리ㆍ감독에 모아져야 한다.
전염병에 대해 처음 재난대책본부가 발족된다 해서 정부의 책임만 커진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인식과 협조가 더 긴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요 이상의 공포감으로 우왕좌왕하면 더 심각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이번 신종플루는 감염력은 폭발적이지만 증세나 치사율이 일반 계절독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은 이미 확인됐다.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도 필요한 만큼 준비돼 있다. 차분한 마음으로 주의만 기울인다면 공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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