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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日 요리 장인의 자부심, '빨간책' 앞에서도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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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포트] 日 요리 장인의 자부심, '빨간책' 앞에서도 무덤덤

입력
2009.11.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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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식점 안내서로 평가 받는 <미슐랭 가이드> 의 일본 교토(京都)ㆍ오사카(大阪)판(사진ㆍ요미우리신문 제공)이 지난 달 출간됐다. 타이어회사 미슐랭이 만드는 100여년 역사의 이 가이드북은 2007년 유럽ㆍ미국 이외 지역으로는 처음 도쿄(東京)판이 나온 뒤 일본에서 벌써 두 번째다.

이번 가이드북은 적어도 일본 내에서는 출간 전부터 도쿄판 못지 않게 관심거리였다. 오사카는 에도(江戶)시대 상업 중심지로 지금도 도쿄보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것으로 인정받는 데다 고도(古都) 교토는 전통요리의 깊이에서 일본 으뜸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부심 때문인지 미슐랭이 2007년부터 약 2년 동안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음식점들이 가이드북에 실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게재를 거부해 화제가 됐다. 교토ㆍ오사카판에서 별 하나(특별히 맛있음)에서 셋(맛 보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탁월)까지 점수가 매겨진 음식점은 모두 147곳. 별 셋이 7곳에 둘이 24곳, 하나가 116곳이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중 교토 15개, 오사카 5개 점포가 가이드북에 실리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400년 역사를 지닌 교토의 일본 전통요리점 '효테이(瓢亭)' 주인은 단골 손님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게재를 거부했다. 결국 최고 점수인 별 셋을 받았지만 "거부해도 내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점잖게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해나갈 뿐"이라며 무덤덤한 반응이다.

역시 교토의 유명 일본 요리점 교토킷쵸(吉兆) 아라시야마(嵐山)본점도 지난해 2월 미슐랭 가이드 게재 의뢰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계열 요리점인 오사카킷쵸가 남은 반찬을 재활용한 것이 들통난 때여서 자숙하겠다는 의미였다. 별 1개 점수를 받고 게재된 한 식당 주인은 게재용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면서 "손님의 평가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며 미슐랭에는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재 거부를 두고 장 뤼크 나레 미슐랭 가이드 사장은 9월 초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최고의 연기자라고 생각하는 가부키 배우가 관객 앞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스모 선수가 자신은 최강이라고 생각하지만 싸우는 것은 싫기 때문에 씨름장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본 요리 장인들과 미슐랭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번진 새 미슐랭 가이드 <교토ㆍ오사카2010> 은 지난 달 16일 발매 후 3일만에 4만부 가까이 팔려나갔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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