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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불견과 발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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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불견과 발견 사이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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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6월 5일 不見.

1974년 6월 8일 不見.

1974년 6월 9일 不見.

1974년 6월 11일 不見.

1974년 6월 15일 不見.

1974년 6월 18일 不見.

1974년 6월 22일 不見.

포경선의 어둠을 이렇게 기록한 이가 있다

한 줄의 기록에 막막하게 펼쳐진

수평선과 안개

1974년 6월 24일 밍크 3구 드디어 發見.

한 줄의 기록에 흥건하게 고여 있는

비린내와 빗물

不見과 發見 사이에 닻을 내린

어선의 불빛으로 밤바다는 더 깊어지고

항구로 오래 돌아가지 못한 이의

낡은 남방이 벽에 걸려 있다

빛바랜 항해일지에는

見자의 마지막 획이 길게 들려 있다

● 방송국에서 와서는 옛날 기차역 느낌으로 촬영하고 싶다며 저를 일산역까지 데려갔어요. 일산역에 갔더니 옛날 기차역 느낌은 하나도 없고, 온통 주위에 아파트, 아파트뿐이었어요. 다들 실망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누군가 "어, 저기…"라고 뭔가를 가리키더라구요. 벽에 걸린 건 역무원이 손에 들고 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던 신호등이었어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지, 벽에 걸어놓고 설명하는 푯말까지 붙여놓았더군요. 기왕이면 그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온 횟수가 몇 번이었는지도 적어놓았으면 좋았으련만. 그 신호등으로 수천 번, 어쩌면 수만 번 불이 들어왔겠죠. 그 때마다 기차는 출발했겠죠. 그 기차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더군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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