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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일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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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일방적

입력
2009.11.0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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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오다가 가끔 평론하는 정 선배와 마주치곤 한다. 바로 코앞에서 딱 맞닥뜨리기도 하고 뒤에서 걸어오다 나를 발견하고는 툭 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저만치 종종걸음치고 있는 그를 보기도 한다. 큰 소리로 부르려 해도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순식간에 멀어져서 인사를 못한 적도 있다.

어제는 그가 잠깐 사무실에 들렀다. 전날 신문사 주최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완주를 했다고 한다. 그제야 그가 완주를 한 것이 예닐곱 차례나 되고 하프나 짧은 구간 마라톤은 틈틈이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매일 그렇게 속보를 하는 건 일종의 훈련인 셈이다. 기록도 좋아 3시간 40분대이다. 이런 기세라면 조만간 두 시간대에 들어올 날도 있을 것이다(선배, 화이팅!). 경기가 있던 날 아침 그의 아내가 물었다. "나가 있을까요?" 물론 나와서 기다려주길 바랐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뭐하러, 괜찮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아내는 대회장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힘들게 들어오는 그에게 달려나와 커다란 타월로 몸도 덮어주고 등도 두드려주고, 그는 결승선 주위에서 잠깐 아내를 기다렸다. 꼭 말로 해야 알아듣느냐고, 왜 마음은 못 헤아리느냐고. 투정같지 않은 그의 투정을 듣는 건 처음인 듯하다. 그러게 말이다. 왜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어긋나기만 하는 걸까.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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